[블록미디어] 미국 시카고에 살면서 매주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윌리엄 저스토는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는다.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송금하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부터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다. 치보(Chivo)라는 디지털 지갑을 설치하면 저스토 가족들처럼 해외에서 엘살바도르로 보내는 돈(비트코인)을 수수료 없이 받을 수 있다.
# 수수료 없는 송금 기대
저스토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화폐는 은행과 비슷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고, 가격이 올랐을 때 돈도 벌게 해준다. 농부일지라도 이런 것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부터 시카고에 살면서 두 아이들, 아내,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 경제에도 뭔가 매우 좋은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릴랜드에 사는 아놀포 디아즈는 생각이 다르다. 그도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디아즈는 “고령자와 농부 등은 기술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너무 복잡한 일이다”고 우려했다.
# 달러, 비트코인과 병행 사용
엘살바도르의 모든 상점, 기업은 결제 장치가 설치돼 있으면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아야한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엘살바도르의 주된 법정통화이고, 누구도 강제로 비트코인 결제를 요구할 수는 없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 통화를 추진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디지털 지갑 치보를 다운로드 받으면 30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한다”며 국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 안정을 위해 1억5000만 달러의 펀드도 조성했다. 비트코인을 맡기거나, 달러로 인출할 수 있는 키오스크도 200 대 설치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치보 지갑을 쓰는데 비용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송금하는데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 인프라 정비 필요…도입 반대 여론도 커
’50피트 블록체인의 공격’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제라드는 엘살바도르의 인프라를 걱정한다. 소비자 상담이나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매끄럽게 굴러갈 것 같지는 않다. 정말로 수수료 없이 작동하는지 스스로 증명해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국민 여론도 3분의 2 또는 과반 약간 넘게 비트코인 법정화폐를 반대한다는 조사도 있다.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은행에 다니는 마리나 에스칼란테는 “디지털 지갑을 다운로드하고 30 달러 비트코인을 받았지만, 이 앱을 계속 쓸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를 앱에 넣어야하는 것이나,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디아즈 같은 회의론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비트코인 가격의 높은 변동성도 걱정이다.
# 엘살바도르, 해외 송금 의존도 높아
엘살바도르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달러 송금이 GDP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엘살바도르 가계의 5분의 1이 해외 송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작년에 59억 달러가 해외부터 유입됐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도입함으로써 송금 수수료로 연간 4억 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송금 수수료도 낮은 수준이라는 반론도 있다. 300 달러를 송금할 때 평균 수수료는 8 달러, 2.6% 정도다. 세계은행은 이런 수수료는 전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IMF, 신용평가사들 부정적
비트코인 채굴에 따르는 환경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 의식한 부켈레 대통령은 지열 발전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피치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채택함으로써 자본이득에 과세를 할 텐데, 이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받게 될 것”이라며 “외국으로부터의 비트코인이 대거 유입될 것이고, 금융시스템을 통해서 불법적인 활동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도 비슷한 우려를 하면서 엘살바도르 정부에 제공하려던 10억 달러 재정 지원 협상을 연기했다.
무디스는 엘살바도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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