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월가 출신입니다. 골드만삭스 파트너였죠.
MIT 대학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강의도 했습니다. 금융도 알고, 기술도 아는 사람이니,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반년이 지나지 않아 겐슬러는 암호화폐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규제 기관장이 됐습니다.
코인베이스의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장문의 트윗을 날려, SEC와 일전불사하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SEC가 작년 말 리플을 대상으로 소송 전에 들어간 이후 “소송으로 규제 당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코인베이스가 하려는 서비스는?
스테이블코인 USDC를 고객이 예치하면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대출)해 주고 고객에게 수수료를 주는 겁니다. 쉽게 말해 스테이킹 서비스죠.
이미 블록파이, 제미니, 셀시우스 등이 하는 사업입니다. 코인베이스가 이걸 하겠다고 하니까 SEC는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유는 “그 사업은 증권(security)의 영역이고, 우리(SEC)의 말을 무시하고 서비스를 개시하면 소송을 하겠다”는 겁니다.
# 1940년대 만들어진 판례…호위 테스트
SEC는 증권에 대한 것은 다 자기 권한입니다. 따라서 SEC가 “그것이 증권이다”고 규정하면 감독권이 생기는 거죠.
미국 대법원은 1940년대에 판례를 만들었는데요. 호위 테스트(Howey Test)라고 합니다. 무엇을 증권으로 볼 것이냐를 결정하는 법 이론입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의 행위로부터 이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모두 투자계약, 곧 증권 투자계약”입니다.
SEC는 1940년대 나온 이 판례를 기반으로 2020년 12월 리플을 무허가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합니다.
80년이나 된 법 체계가 21세기에도 적용되고 있는거죠.
# “일관 되고, 문서화 된 규정을 달라”
암스트롱은 스테이킹 서비스가 왜 증권인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회사들이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왜 코인베이스는 하면 안되느냐고 반문합니다.
모든 기업에 적용하는 명확하고, 문서화된 규정을 달라는 거죠.
SEC 입장은 어떨까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수단으로 삼는 겁니다.
# 시장이 너무 빨리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코인베이스 문제와 관련 전 SEC 인사의 코멘트를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SEC의 태도를 보고 자신도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SEC는 보통 투자 상품이 팔릴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달랐죠. 상품이 나오기도 전에 경고를 하고, 소송을 예고했습니다.
최첨단 암호화폐 상품을 차단할 강력한 방법으로 소송을 택한 겁니다.
듀크 대학 로스쿨 제임스 콕스 교수는 “SEC가 정말 오랜만에 처음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암호화폐 시장에 많은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이 너무 빨리 커졌고, 무질서가 난무하는 척박한 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겐슬러 의장 자신도 서부시대같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규정이나 제도가 따라가기에는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다보니, ‘증권법’을 무기로 일단 막고 보자는 전략이죠.
# 크립토 혁명, 다음 격전지는 디파이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R.A 파로카니아 교수는 “코인베이스는 금융 혁신을 대표하고 있다”며 “규제 당국은 새롭고 새로운 것을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파로카니아 교수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크립토 혁명이고, 다음 격전지는 디파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EC도 소송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니스왑을 내사하고 있죠. 월스트리트저넉은 SEC가 디파이 등 크립토 파이낸스에 대해 관련 기업들로부터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로카니아 교수는 “암호화폐가 금융 생태계 일부가 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명확한 규제 틀이 없다”며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허용하지 않을 것인지 가이드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SEC도 공부를 하면서 그걸 만드는 단계인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EC도 기존의 틀, 판례, 증권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로카니아 교수는 SEC가 업계와 협력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표명해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좋은 술이 있는데 담을 그릇이 준비되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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