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력 회생 방법은 ‘알짜’ 자산 매각, 부채 해결 이후도 문제 # 헝다그룹 스톡옵션 제공, 인재 유출 방지 총력전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21일 홍콩 증시에서는 헝다그룹 파산 위기 여파로 급락했던 부동산 섹터가 반등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파문의 ‘진앙’인 ‘헝다 계열사’는 반등 대열 합류에 실패했다.
헝다그룹은 전일 10% 넘는 하락률보다는 낙폭을 크게 줄였지만 반등하지 못하고, 전일대비 0.44% 하락한 2.27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헝다뉴에너지자동차는 오전장 큰 폭으로 하락하다 오후 낙폭을 좁히면서 전일과 같은 가격으로 장을 마쳤다.
시장의 이목은 중추절 연휴가 끝나는 23일에 쏠리고 있다.
이날 헝다그룹은 2022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역외 채권에 대해 835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29일에는 2024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에 4750만 달러의 이자 지급이 예정되어 있다.
만약 정해진 기일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이자 지급을 못하면 헝다그룹의 해당 채권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놓이게 된다.
# 헝다 리스크에 글로벌 증시 출렁, 헝다 인재유출 방지 총력
이러한 헝다 유동성 위기를 둘러싸고 시장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이 왜 파산설에 휩싸였나”, “6년간 순이익 31조원, 많은 자산은 어디로”, “부채 규모가 중국 최고 부호 마윈 몸값의 5배가 넘는 헝다그룹 위기 탈출, 기사회생 가능할 것인가”.
사태 초기엔 한때 엄청난 수익을 냈던 부동산 대기업이 자금난에 빠진 이유에 대한 원인 분석이 쏟아졌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 사태가 초래할 ‘후폭풍’의 파급력과 헝다의 위기 돌파 가능성에 대한 진단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헝다 파산이라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중국 금융권에 연쇄 충격이 전해지며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헝다그룹 파산이 중국의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헝다 사태가 부동산발 ‘회색 코뿔소’ 출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회색 코뿔소’란 돌발 악재를 뜻하는 블랙스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미리 예상할 수 있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해 위기를 맞는 경우를 의미한다. 중국을 벗어나 미국과 아시아 증시가 하락하고, 가상화폐 가격도 하락하는 등 헝다 리스크의 충격은 예상보다 큰 범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은 21일 중추절(中秋節·중국의 추석)을 맞아 전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헝다그룹이 현재의 암흑시기를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며 사원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다.
동시에 산하의 헝다뉴에너지자동차는 주요 사외이사와 기술개발 연구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인재유출’ 방어전에 나섰다. 시장은 헝다그룹이 창립 이래 최대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만약 위기를 돌파한 후 헝다그룹이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 자력회생 방법은 ‘알짜’ 자산 매각…’위기탈출’ 이후도 문제
헝다그룹의 총 부채는 1조9500억 위안으로 추산된다. 중국 최고의 부호로 꼽히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몸값보다 5배가 많은 규모이다.
이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5700여억 위안이다. 금융기관에 연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2400억 위안이다. 이외에도 헝다는 2000여억 위안의 기업어음도 막아야 한다. 현지 매체는 금융 차입금보다 기업어음 지급이 더 급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헝다그룹이 창립 이래 최대의 자금난을 해결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나서 파산을 막아주거나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해 빌린 돈을 갚은 것이다.
헝다그룹이 도산할 경우 중국 금융 시스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이마저도 낙관적이지 않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기업의 부채 감축 원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방법은 헝다그룹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헝다그룹 내 비교적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헝다뉴에너지자동차와 부동산자산 관리 서비스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자산관리 사업 부문인 에버그란데서비스(恆大物業)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8.3%가 증가한 78억73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헝다뉴에너지자동차는 창립 이래 줄곧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향후 글로벌 및 중국의 전기차 시장의 고속 성장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자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로 헝다측은 전기차와 부동산 자산관리 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 때 또다른 부동산 개발 대기업 비구이위안이 헝다자동차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양사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헝다그룹은 앞서 생수제조사 등 비교적 사업 비중이 크지 않고 자산가치가 높지 않은 자회사를 매각해 자금 충당에 나섰지만, 이 정도로는 막대한 부채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헝다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헝다는 상당한 규모의 토지도 확보하고 있다. 주택을 건설할 토지 공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헝다가 확보한 토지는 시장에서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 토지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눈앞의 큰 불을 끄기 위해 이러한 ‘알짜’ 자산을 매각할 경우 미래의 성장 동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헝다그룹의 눈앞의 부채 위기 해결 이후에도 기업의 발전 동력을 다시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 6년간 순익 31조 원…’현금제조기’는 왜 ‘돈먹는 하마’가 됐나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는 관련 산업과 금융권을 넘어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 부동산 업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디벨로퍼이자 글로벌 500대 기업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일반 시민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헝다’의 브랜드 인지도를 믿고 돈을 맡긴 개인 투자자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다.
헝다그룹은 실제로 엄청난 수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1744억위안(약 31조원)에 육박한다. 헝다그룹의 엄청난 경영 실적에 힘입어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2017년 마윈, 마화텅 등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호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현금제조기’ 처럼 돈을 벌어들였던 헝다는 이제 부채 덩어리의 위기 기업으로 전락했다.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부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막대한 차입금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전형적인 고(高)레버리지 경영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능동적인 부동산 시장 버블 억제 정책도 헝다의 부채 위기를 앞당겼다.
중국 정부는 △ 자산부채율 70% 이상 △순부채율 100% 이상 △현금자산 대비 유동부채 비율 1 이상의 3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레드라인에 모두 저촉할 경우 2023년부터는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동시에 부동산 기업을 이 기준에 근거해 ‘홍색∙주황색∙노랑색∙초록색’의 네 등급으로 분류하고 상업은행에 대출 상한선을 정해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총량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상업은행들이 대출 상환을 서두르면서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광발은행이 대출금 상환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 법원에 헝다그룹의 자산 동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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