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중국 당국이 부채에 허덕이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몰락에 대비할 것을 지방 관리들에게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헝다그룹이 부채 문제를 질서정연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마지막 순간에 개입하라는 지시를 중국 지방 정부기관과 국영기업들이 받았다고 WSJ에 전했다.
이는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구제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WSJ는 풀이했다.
소식통들이 “발생 가능한 후폭풍에 대비하기”라고 표현한 이번 지침에서 지방 정부는 헝다가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사회적인 불안을 방지하고 주택 구매자들과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완화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아울러 회계사와 법률 전문가 그룹을 소집해 각 지역에서 벌어진 헝다 사업의 재정상태를 조사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또한 지방의 국유 및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상의해 헝다의 부동산 건설 프로젝트를 인수할 준비를 하는 한편 시위 등 국민의 분노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단속하기 위한 법 집행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헝다는 23일에 2025년 9월 만기 역외 채권 20억달러에 대한 이자 83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고 다음 주에도 2024년 3월 만기하는 달러표시 채권의 이자 4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헝다가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두 채권 모두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규제당국이 달러표시 채권의 이자 지급을 연체하지 말라고 헝다그룹에 지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헝다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규제당국은 헝다가 단기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채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침은 주지 않았다.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해온 헝다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로 과도한 부채가 발생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헝다가 파산한다고 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어온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헝다의 사업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중국과 해외 은행에는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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