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국 통화 주권을 디지털 통화에 빼앗기는 ‘디지털 달러레제이션’ 우려도 제기
[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정보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과 중앙은행 등 공공기관의 통화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으로 플랫폼들이 금융소비자 정보를 더 많이 획득하고 유리한 위치에서 지급결제를 진행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금융데이터로 정보우위 역전…지급결제 분야 부각 전망
14일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유튜브에서 개최한 개원24주년 세미나 ‘디지털 화폐,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미래’에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스마트폰과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현금은 토큰에 기반을 둔 시스템으로, 현실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AI, 딥러닝 기술을 통해 금융데이터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금융소비자는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지, 신용등급이 어떤지 등의 정보에 대해 금융회사가 자신의 정보를 많이 갖고 있었다”면서 “정보화 시대에는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 분석을 제공해 (금융사) 정보의 우위가 역전되는 ‘인버스 셀렉션(inverse selection)’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되면 금융 부문에서는 지급결제가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마커스 교수는 언급했다. 지급결제 과정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획득해 정보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커스 교수는 “금융사의 전통 역할이었던 자금 중개는 부수적 요소가 되고, 지급결제, e커머스, 소셜 네트워크 부문이 핵심 부가가치 창출하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미 알리페이, 위챗페이, 아마존, 애플 등 대형 기술 기업이 지급결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은 정부 중앙은행과 상호작용과 경쟁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에는 실제 물질적인 현금이 사라지고 디지털 공간에서 다른 화페 형태로 대체되는데,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국민들과의 접점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는 결국 디지털 세상에서 최접점에 있는 빅테크기업에 비해 정보와 데이터 획득이 줄어들게 되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커스 교수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결국 국민들과 접점을 유지하고 통화 주권 추구하기 위해서다”면서 “스마트 계약 등으로 통일된 화폐만 발행되지 않고, 서로 경쟁관계인 다양한 통화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CBDC가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통화 주권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CBDC 경쟁 지면 ‘디지털 달러리제이션’ 우려
만일 CBDC가 경쟁에서 진다면, 국가가 달러에 의해 통화 주권을 상실하는 ‘달러리제이션(dollarization)’처럼 디지털 통화에서 주권을 상실하는 ‘디지털 달러리제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커스 교수는 “모든 거래에 가치저장수단으로 달러를 사용하는 달러리제이션처럼 디지털 화폐만 쓰는 디지털 달러리제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규모가 작은 국가,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 부문 경제가 큰 비중 차지하는 신흥 경제국들이 취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네팔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보급이 급증하면서 지급결제시스템과 통화를 장악할 우려가 나타나 플랫폼 사용을 중단시킨 사례가 있다.
그는 “민간 외국기업 디지털통화가 자국 통화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중앙은행이 직접 CBDC를 공급하고 잘 마련된 최종대부자(중앙은행) 정책과 징세권,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를 갖춰야 디지털 달러리제이션을 막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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