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 옌스 바이트만이 임기를 5년 이상 남겨놓고 사임해 주목된다.
일단은 개인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갑작스러운 사임에 유럽 금융계가 독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분데스방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10년 이상이 새로운 장을 넘기기에 좋은 시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오는 12월 31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8년이 임기인 분데스방크 총재의 이번 임기 종료일은 2027년 5월이다. 바이트만 총재가 임기를 5년 이상 남겨놓고 총재직을 사임하는 이유에 대해 유럽금융계는 궁금해하고 있다. 일단 바이트만은 사임이유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밝혔다.
하지만 분데스방크 동료들은 바이트만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 그 이유라고 전했다. 사임을 밝히면서도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분데스방크 직원 대상 메시지에서 “디플레이션 위험을 일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위험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CB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 9월엔 3.4%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는 바이트만 총재의 조기 사임은 ECB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선호가 더욱 우세해 질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케닝헴은 “분데스방크는 ECB 이사회에서 여러 목소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어서 극적인 정책 변화를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데스방크의 새 총재는 라가르드 총재가 ECB를 이끌고 있는 비둘기파적이고, 친환경적 방향을 더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결제은행 BIS이사회 의장이자 ECB 이사회 이사인 바이트만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ECB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대표 매파였다.
그의 후임은 독일의 차기 정부가 결정하게 된다. 바이트만 총재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 경제수석 격인 메르켈 총리의 경제고문을 지낸 바 있고, 지난 2011년 부터 무려 10년간 분데스방크 총재 자리를 맡아왔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의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꾸리는 좌파연정은 새 정부 구성을 위한 공식협상을 21일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트만 후임으로는 클라우디아 부흐 부총재, 옌스 울브리히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외부 인사론 폴커 빌란트 독일 정부 경제자문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