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권승원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를 정조준했다. 리플에 이어 다음 소송전 타깃이 된 것이다.
테라폼랩스(테라의 법인명)는 25일 SEC와 소송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소송 쟁점은 권도형 공동대표에게 발부한 소환장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소송은 테라가 제공 중인 미러(Mirror) 프로토콜과 스테이블코인 UST가 될 가능성이 크다. SEC는 미러 프로토콜에 의한 합성자산 투자를 문제 삼고 있으며, 증권법 위반으로 테라와 권 대표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것을 예고했다.
합성자산은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ETF 등의 가격을 추종하는 가상의 대상을 뜻한다. 블록체인 상에서 합성자산을 만들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를 매매한다. 미러 프로토콜은 합성자산 생성과 매매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화 돼 있다.
이 소송은 9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암호화폐 행사장에서 SEC측 대리인이 권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 촉매가 됐다.
테라가 뉴욕 법원에 제기한 소장을 바탕으로 소송전 막전막후를 재구성했다.
# SEC, 테라 정조준
5월 24일, SEC는 테라의 권도형 공동대표에게 참고인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권 대표는 스탠포드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테라 프로젝트의 기술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SEC가 다른 공동대표인 신현성 대표가 아닌 권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것에 주목하자. 권 대표의 국적은 한국이고, 신 대표의 국적은 미국이다.
5월 27일, 테라와 권 대표는 변호인을 선임해 SEC 측과 인터뷰에 응할 뜻을 밝혔다.
7월 8일, 권 대표는 두 명의 변호인을 동반해 5시간 동안 SEC 측과의 화상통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테라와 미러 프로토콜 작동 기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 광범위한 문서 요구
SEC는 테라측에 관련 문서들을 요청했다. 테라는 요청한 자료들이 너무 광범위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은 자료들이라 답한다.
9월 15일, SEC는 테라 측에 위법 가능성을 시사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 시작했다.
9월 17일, 테라 변호인과 SEC가 접촉했다. 테라 변호인단은 테라 및 미러 프로토콜에 대한 SEC의 우려를 잠식할 중재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SEC, 기습적인 소환장 발부
SEC는 테라 변호인이 제공하겠다는 안을 기다리지 않았다.
9월 20일, 권 대표는 뉴욕에서 열린 메인넷 2021 행사에 참석,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다. 이 행사에는 암호화폐 진영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SEC는 민간 서비스 업체를 통해, 행사장에 대기 중이던 권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소환장을 전달한다. 권 대표는 물론 행사 주최 측도 SEC의 이러한 행동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 테라, SEC에 대응하다
테라는 9월 20일, 바로 이날 SEC가 공개적으로 권 대표에게 소환장을 제시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첫째, 미국 금융당국인 SEC가 한국 시민인 권 대표에게 증언을 강요했다는 점.
둘째, SEC 측이 초기 소환장 전달 과정에서 자체 규정을 위반하고 외주 서비스 업체를 고용해 공공장소에서 소환장을 전달했다.
테라 측이 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장에는 “SEC가 시행한 행위는 비밀로 수행하야하는 공식 조사 명령을 위반한 행위”고 서술하고 있다.
권 대표가 행사장에 있는 상황에서 대중이 보는 앞에서 소환장이 전달되었고, SEC가 테라를 조사 중이라는 것이 공개됐다는 것.
양측의 소송은 디지털 자산시장에 대해 강력한 감독권을 행사하려는 SEC와 암호화폐 진영 간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소송 상대가 미국 기업이나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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