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권승원 기자] 2008년, ‘리먼 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금융 기관, 거대 권력이 개입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화폐, 나아가 세계 경제 시스템 자체에 의문과 회의를 품게 되었다.
“결국 지배 당하는 거야”
이런 패배감에 많은 이들이 좌절한 것이다.
암울한 감정들이 세계 이곳저곳에서 솟구치던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개발자가 마치 많은 이들의 절규를 들은 것처럼 무언가를 세상에 내놨다.
탈중앙화된 P2P 형식의 디지털 화폐 시스템 개념을 설명한 8쪽 짜리 백서를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이 백서에 설명된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후 13년. 비트코인은 온갖 이름으로 불리우며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초창기는 말할 것도 없고,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2017년까지,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 속에서도 새로운 화폐,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목마른 이들에게 견고한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안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국가도 생겼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되었다.
비트코인은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는 어떻게 세상에서 통용되어 거래되는가?”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전까진 화폐의 개념은 이랬다.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화폐를 보증해주는 힘, 국가 권력이다.
금화, 동전, 달러가 그렇다.
로마제국이 거대한 영토를 거느리고, 그 안에서 금화를 통용하고 세금을 받았다.
동전 이면에는 제국이 있었다.
중국 진시황은 새로운 제국 내 동으로 만든 엽전을 주조해 통용시켰다. 이 엽전은 거대한 제국의 틀, 그 안에서 화폐로 사용되었다. 글자 그대로 ‘동전’이 되었다.
달러도 다르지 않았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오일과의 연결고리를 가진 ‘페트로 달러’로 변모했다.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됐다. 여기에는 ‘왜’라는 질문이 없었다. 그저 미국이란 거대 제국의 힘이 있을 뿐.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달랐다.
거대한 힘이 비트코인을 지지해주지 않았다. 온전히 그것이 지닌 고유의 가치 만으로 살아남았다.
‘탈중앙성’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이 가치는 리먼 사태 이후 등장했다.
거대한 힘들이 찍어내는 화폐, 그리고 거대한 힘이 절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그것과는 달랐다.
리먼 사태 이후의 등장한 이것은 오로지 사람들이 원해서 사용된 화폐다.
기술적인 면에서’ 탈중앙성’이라 불리는 이 가치는 ‘민주’라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이다.
비트코인이 그랬다.
일반 사람들에 의해서 명맥을 이어왔다. 이제는 국가도, 금융세력도 비트코인을 산다.
프랑스 대혁명도 그랬다. 절대왕정 속에서 민중이 뭉쳤다. 그리고 국가를 바꿨다. 지배구조를 바꿨다.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민주주의다.
같이 읽으면 좋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