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NFT 시장은 복마전입니다. 사기꾼도 많습니다.
왜 이게 이런 가격에 거래되지? 의문이 들지만, “시장 가격”이니까, “누가 또 돈*랄을 했구만”하고 넘깁니다.
28일(뉴욕 현지시간) 벌어진 5억3200만 달러(6245억 원) 짜리 크립토펑크 9998번 거래는 범죄에 가까운 거래입니다. 이더스캔 상에서 너무 뻔히 보이게 가격 조작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 작전 개시
흰 머리, 녹색 눈을 가진 크립토펑크 9998번은 라바랩스가 만든 1만 개 NFT 중 하나입니다.
지난 목요일 오후 6시 13분 누군가(지갑 주소 앞부분이 Oxef76 : 설계자)가 9998번 NFT를 Ox8e39(바람잡이)로 시작하는 이더리움 주소로 보냅니다.
한 시간 반 쯤 후 바람잡이는 Ox9b5a로 시작하는 지갑 주소의 소유자(바지사장)에게 9998번을 팝니다. 매매 대금은 12만4457 이더. 5억3200만 달러입니다.
크립토펑크 NFT 중 최고가입니다. 전 세계 언론이 이 거래를 대서특필할만 합니다. 디지털 그림 한 장이 우리 돈으로 6200억 원에 팔렸으니까요.
# 사기 거래
바지사장은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혹시 일론 머스크?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지사장은 컴파운드 등 세 곳의 디파이 플랫폼을 통해 매매 대금을 빌렸습니다. 플래쉬 론 기법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빌린 이더리움으로 9998번 대금을 치른 겁니다. 바지사장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는 크립토펑크 스마트컨트랙트에 해당 이더리움을 보냈습니다. 그림을 받고 결제를 한 거죠.
크립토펑크 스마트컨트랙트는 프로그램에 따라 9998번 매도자인 바람잡이에게 해당 이더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거래가 곧바로 발생합니다.
바람잡이가 9998번 매각 대금을 바지사장한테 다시 보낸 겁니다.
바지사장은 돌아온 이더리움으로 디파이에서 빌린 돈을 갚습니다.
# 설계자의 등장
이제 바지사장은 9998번 NFT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파이 빚도 없습니다. 바지사장은 9998번을 설계자 지갑 주소로 돌려보냅니다.
설계자는 크립토펑크 9997번 NFT를 25만 이더(10억 달러, 1조1740억 원)에 매물로 내놓습니다. 두어 시간 전 시장 거래 가격의 2배입니다.
이렇게 ‘흰 머리, 녹색 눈의 9998번 크립토펑크’는 사상 최고가 NFT 거래 기록을 보유한 채 ‘새로운 소장자’를 기다립니다.
9998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피해자가 덜컥 걸려들면 설계자의 설계는 성공입니다.
# 라바랩스 “사기 자전거래 잡아낸다”
크립토펑크 제작사 라바랩스는 트위터에 “사기 자건거래를 걸러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 자전거래를 했다. 이런 거래가 처음이 아니다. 최근 대형 매도-매수 주문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거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도 (네트워크 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트랜젝션은 필터링을 할 것이다.”
# NFT 범죄의 재구성
첫째, 9998번과 같은 사기 자전거래는 미술품, 명품 시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겁니다.
소장자가 의도적으로 작품을 경매에 올리고, 그걸 비싸게 끌어 올리죠. 그리고는 자기가 되사들입니다. 누군가에게 부풀려진 가격에 팔려는 거죠.
NFT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이런 고전적인 사기 범죄 대상이 된 겁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첨단인데, 사기 수법은 ‘전통적’ 입니다.
둘째, 사법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입니다. 타일러 젤라쉬는 “미국 재무부, 법무부가 9998번 거래를 조사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젤라쉬는 월가 규제법으로 유명한 도드-프랭크 법의 기안자입니다.
월가에서 9998번과 같은 자전 거래는 명백히 불법입니다.
셋째, 기술은 첨단이고, 수법은 전통적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9998번 자전거래는 이더스캔 기록을 세심하게 따라가면서 몇 번 클릭을 해보면 사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조작할 수 없습니다. 미술품, 명품은 경매사와 짜고 치면 자전거래인지, 진짜 거래인지 알 방법이 없죠.
NFT는 블록체인 상에 모든 거래 기록을 낱낱이, 투명하게 남기기 때문에 ‘완전 범죄, 사기’가 불가능합니다.
설계자, 바람잡이, 바지사장이 몇 시 몇 분에 어떤 거래를 했고, 디파이 플랫폼 어디를 이용했는지 다 볼 수 있습니다.
죄를 미워하되, 기술(블록체인, NFT, 이더리움, 디파이)은 미워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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