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帅·36)가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 장가오리(張高麗·75) 전 부총리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지속해서 불륜 관계를 맺어왔다는 ‘실명’ 폭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편집자 : 이 스캔들은 시진핑 정권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시 주석과 정치적 대립 관계인 상대 진영 중 일부는 디지털 자산시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타이완 매체들은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원회의(19기 6중전회)가 닷새 앞(8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폭로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관측을 내놨다.
펑솨이의 폭로 다음 날인 3일 오전에는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톈진의 8가지 규정 위반문제’를 갑자기 발표했다.
여기에는 장가오리가 톈진시 서기 재임 시절 역점을 둔 부동산 개발 관련 사건도 포함됐다. 중앙기율위가 장가오리를 직접 겨냥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톈진은 오래전부터 장쩌민파(江派) 톈진방 세력의 주요 거점이었고 장가오리 역시 장쩌민파이므로 중국 공산당의 파벌 투쟁을 불륜 스캔들로 덮으려는 ‘논점 흐리기’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더불어 시기와 스캔들 내용으로 볼 때 장가오리가 숙청 대상으로 정해진 것이라는 개연성도 짙게 만들고 있다.
작년말 시진핑은 자신의 계파인 랴오궈쉰(廖国勋)을 톈진시 부서기로 보냈고 랴오는 톈진시의 정치, 법률, 기율검사, 교통 분야 등의 고위 관리를 연이어 조사한 뒤 속속 낙마시켰다.
장쩌민파에 속하는 현 서기 리훙중은 숙청 고위험 대상으로 이미 지목됐다. 당시 베이징에서는 시진핑이 장쩌민파 톈진방의 주요 거점을 쓸어버릴 것이고 장가오리는 이미 봉쇄됐다는 소문도 나돌았었다.
사실 장가오리의 부패에 관한 조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중앙기율위 서기 왕치산은 2014년부터 장가오리 관련 사건을 단계적으로 조사해왔는데 여기에는 지역적으로는 장가오리가 집권했던 톈진, 산둥과 선쩐 등이, 범죄 의혹에는 부동산개발, 사모펀드 사기와 뇌물수수 등이 포함됐다.
1946년생인 장가오리 전 부총리는 광둥성에서 주로 근무하다 2001년 산둥성으로 옮겼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톈진시 당서기를 역임했다. 그러다 시진핑 집권 1기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부총리에 올랐다.
장쩌민파(江派)로 분류되는 그가 시진핑 1기때 권력서열 7위에 오른 것은 장쩌민과 시진핑간의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타이완 싼리신문(三立新闻)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민주화 운동가 왕단은 이 사건에 대해 독특한 분석을 내놨다.
왕단은 “장가오리와 테니스 스타의 불륜이 드러났지만 사건 자체는 놀라울 게 없다.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들이 탐욕스럽지 않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왕단은 “하지만 두 가지 점이 비교적 흥미롭다. 첫째, 실명으로 전직 정치국 상무위원을 제보하려면 극도의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데 누가 펑솨이에게 그런 대담한 용기를 주었냐는 것이다. 둘째, 이 스캔들은 중국 공산당 19기 6중 전회를 앞두고 발생했는데 시점이 지나치게 딱 들어맞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왕단은 “장가오리가 누군인가. 장쩌민의 측근이자 장쩌민파의 대장이다. 이 점을 알면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면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시진핑이 집권 이후 지금까지도 장쩌민파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인데, 이는 시진핑의 권력이 결코 외부 세계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파벌의 기대처럼 장가오리의 불륜스캔들을 이용해 장가오리에 대한 숙청은 물론, 장쩌민파의 주요 근거지 톈진방을 와해시키는 ‘일타쌍피’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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