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3일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을 고집하며 금리인상에 느긋한 입장을 내비친 연준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 것.
연준의 정책 실패를 우려했던 월가는 인내심을 상실하는 모습이다. 이미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기회를 놓쳤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한편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 물가, 30년래 최고
10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CPI는 연율 기준 6.2% 치솟았다. 이는 1990년 12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 상승률인 5.4%에서 가파르게 뛴 동시에 투자은행(IB) 업계의 예상치인 5.9%를 웃돌았다.
금융시장은 커다란 경계감을 드러냈다. 최근 내림세를 지속했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1.551%에 거래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거래하는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증시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성장주의 하락 압박이 두드러졌다. 나스닥 지수가 장중 1.9% 내리 꽂혔고, 다우존스지수와 S&P500 지수 역시 1% 가까이 밀렸다.
# 금 가격, 달러 인덱스 급등
반면 금값은 0.93% 치솟으며 온스당 1847.90달러를 나타냈고,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0.9% 가까이 오르며 94.77에 거래됐다.
채권시장의 트레이더들은 또 한 차례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시나리오에 공격 베팅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은 내년 6월 팬데믹 이후 첫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48%로 제시했다. 이는 전날 43%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뿐만 아니라 트레이더들은 내년 12월까지 총 네 차례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15%로 제시했다.
# “연준, 금리인상 더 미루기 어렵다”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 보고서를 내고 “10월 물가 지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앞으로 수 개월간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12월 회의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몇 달 뒤 CPI가 연율 기준 7.0%까지 뛸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 경우 연준의 물가 통제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얘기다.
필라델피아 소재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잭 맥인타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인플레이션 없는 강세장을 즐겼던 월가가 구조적인 물가 상승에 직면했다”며 “가장 커다란 타격이 예상되는 미국 국채의 비중을 대폭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 “증시 한파 온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교수도 연준의 매파 기조를 예상하고, 뉴욕증시의 한파를 경고했다.
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조만간 인플레이션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라며 “주식시장은 통상 인플레이션을 반기지만 연준이 긴축에 나설 때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물가 지표는 심각한 골칫거리”라며 “정책자들이 이르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마켓워치는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의 다음 행보를 둘러싼 의견이 이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내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의견과 경기 하강 기류에 발목을 붙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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