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도 가파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방위적 물가 오름세는 제로(0) 금리를 붙들고 버티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에도 심리적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물가가 일시적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분분하지만, 연준이 당장 몇 달 안에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달 전보다 0.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 전문가 기대치 0.6%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앞서 9월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CPI는 전년 대비 6.2%나 급등해 시장 기대치 5.8%를 크게 웃돌았으며 유가 급등에 따라 잠시 치솟은 2008년을 제외하면 지난 199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6% 각각 상승했다. 이 역시 전문가 기대치 전월비 0.4%와 전년 대비 4.3%를 웃도는 속도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9월 0.2%보다 올랐고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았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91년 8월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의 한 식료품점.[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1.11 mj72284@newspim.com |
◆ 달걀부터 월세까지 전방위 상승
이처럼 예상보다 높은 오름세는 연준에 부담이다. 연준은 이달부터 월 150억 달러 규모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돌입한다.
전방위적인 물가 오름세는 물가 상승세가 연준의 예상보다 훨씬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식품 가격은 9월 중 0.9% 상승했는데 육류와 달걀, 생선, 채소, 시리얼, 제과류가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의류 물가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지만 월세는 0.4% 상승했으며 신차와 중고차 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유가 급등 속에서 에너지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전체 에너지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4.8% 상승했으며 전년 대비로는 30.0%나 폭등했다. 휘발유는 한 달 전보다 6.1%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49.6%나 상승했다.
연료유는 9월 중 12.3% 상승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9.1%나 급등했다. 유틸리티 가스 서비스 가격은 9월 전월 대비 6.6%, 전년 대비 28.1% 각각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1.11 mj72284@newspim.com |
◆ “무시 못 할 물가 상승세지만 연준 버틸 것”
10월 소비자물가 지표를 확인한 시장은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연준이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평가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세가 내년 2분기나 3분기께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 조건과 관련해서도 물가보다는 완전고용에 무게를 두고 이것이 내년 하반기께 달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코로나19가 물러나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것이라면서 지금 금리를 올리거나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일리 총재는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경계심을 갖고 기다리며 지켜볼 것을 요구한다”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병목현상과 소비자들의 높은 재화 수요에 기인했고 노동력 공급 제한 역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서비스의 러셀 프라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정책 책임자들이 이 보고서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물가 상승세가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조 살루치 공동 설립자는 “연준은 이런 상황이 될 줄 알았을 것이고 그들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것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주식을 보면 많은 기업이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했고 그들은 실제로 그것을 잘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루치 설립자는 “우윳값을 3달러에서 4달러, 5달러, 7달러로 계속 올릴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결국 뭔가는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루치 설립자는 “물가 상승률이 계속해서 오르면 연준이 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그들은 ‘노'(no)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자산매입을 줄이겠지만 내년까지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스티븐 마소카 선임 부사장은 “다소 뜨겁지만, 이것은 예상된 것”이라면서 “나는 인플레이션의 커다란 부분이 일시적이며 이것은 체계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기능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중앙은행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뒷북'(behind the curve)을 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체리 레인 인베스트먼트의 릭 메클러 파트너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면서 “연준은 그들이 계획한 일을 말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한 일이 없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강도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킹스뷰 애셋 매니지먼트의 폴 놀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것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라면서 “오늘 수치는 미국과 전 세계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이것이 높은 금리로 축소될 수 있고 연준이 뒷북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테 매니저는 “그들은 이제 이른 금리 인상에 나서도록 떠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 국채금리 상승, 실질금리는 ‘사상 최저’
10월 CPI 지표 발표 후 미 국채금리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 56분 기준 국제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7.0bp(1bp=0.01%포인트) 상승한 1.519%를 나타냈다.
반면 높은 인플레가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로 실질 금리는 사상 최저치에서 움직이고 있다.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이날 장중 마이너스(-)1.243%까지 내렸다. TIPS 금리는 명목 국채금리에서 기대 인플레(BEI)를 뺀 값으로 실질 금리로 사용된다.
주식시장에서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 다우지수는 0.09%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11%, 0.39%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킹스뷰의 놀테 매니저는 “금리는 상승하고 있고 수익률 곡선은 평탄해지고 있어 성장주는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내고 일부 원자재주와 금융주, 헬스케어주, 산업주 주도로 가치주는 더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화는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전장보다 0.31% 오른 94.247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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