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뉴스핌·한국블록체인협회 주최로 ‘디지털자산의 합리적 과세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1.11.11 kimkim@newspim.com
[서울=뉴스핌] 최유리 홍보영 민경하 이정윤 기자 = 전문가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예고한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작하기에는 인프라 구축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성급한 과세는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합리적 과세방안 토론회’에는 내년 과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우선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나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과세는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정의부터 제대로 내려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세분화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유형별로 어떤 과세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들의 준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9월 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시행된 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가 수리된 곳은 업비트와 코빗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업자들은 신고 절차가 끝나지 않아 과세 시스템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태경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부위원장은 “거래소들은 국세청으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단계로 과세 준비 스케줄이 매우 촉박하다”며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2023년부터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인프라 없이 과세를 부과할 경우 혼란을 초래하고 행정력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는 “과세 실무가 가능한 시스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거래소들이 거래 기록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과 이를 과세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공 취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는 초기 납세자들을 실험대상자로 삼는 셈”이라며 “거래소 입장에서도 원천징수를 못한 경우 세금부담을 다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과세를 하더라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소득으로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식처럼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공제한도 등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같은 금융소득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동건 한밭대학교 교수는 “가상통화가 무형자산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것 하나뿐”이라며 “계약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 큰 가격변동폭, 경쟁시장에서 거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감안하면 신종 금융자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과세 등 규제 중심보다는 산업 육성의 기회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정화폐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DBC) 자산으로 변화하고 현금성 자산, 실물자산, 지적재산권 관련 자산 등이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해 거래되는 등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과세는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인규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홍콩이나 싱가폴은 자본을 유치해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 자본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디지털자산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선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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