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았다. SEC의 승인 거부이유와 암호화폐 정책 구상으로 볼 때 현물 ETF는 빨라야 내년 1분기가 돼서야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SEC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명문화된 감독권을 갖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 거부 이유…현물 ETF는 적용 법이 다르다
SEC는 지난달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했다. 월가에서는 현물 ETF 승인을 기대했다. 결과는 승인 거부.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와 현물 ETF에 적용 법률이 각기 다르다고 명시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1940년 투자회사법에 근거하여 승인을 내줬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1934년 증권거래법을 따른다.
1940년 투자회사법은 뮤추얼펀드 등 전문 투자자에 적용되는 법이다. 1934년 증권거래법은 이 보다 엄격하다.
사기 및 가격 조작, 투자자 보호 등에 있어 규제가 훨씬 강력하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절한 표면적 이유가 두 상품에 대한 적용 법이 다르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관련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 SEC “거래소 감독권 달라”…노골적 요구
SEC는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하면서 노골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51페이지에 달하는 거절 이유를 담은 문서에는 비트코인 시장이 규제를 받지 않는 시장이며, 사기, 가격 조작,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명시 돼 있다.
현물 ETF가 나오기 위해서는 감독기구와 거래소 사이에 시장 감시를 위한 포괄적인 협약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SEC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명문화된 감독권을 가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거래소 감독권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매매 전반에 대해 불공정한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
현재 SEC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개별 매매나 가격 급변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탈중앙화된 코인으로 증권이 아니라는 것이 SEC의 유권해석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변했을 때 이것이 정상적인 거래이지, 가격 조작 행위와 관련된 것인지, SEC가 조사할 권한이없다.
# 암호화폐 시장은 감독이 필요하다
SEC는 미국에서 영업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직접 규제하기를 원한다. 암호화폐는 대부분 증권이라는 것이 SEC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는 SEC에 별도의 등록을 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 받지 않는다.
SEC는 의회에 암호화폐와 암호호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권한을 요청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기 않으면 현물 ETF를승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규제 받지 않는 시장에서 거래된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SEC가 규제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현물 ETF를 승인하느냐는 논리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자신의 감독 하에 두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을 감시하겠다는 복안이다.
# 의회 입법, 거래소 등록…그 이후 현물 ETF 승인, 빨라야 내년 1분기
공은 의회로 넘어갔다. 올해 안으로 SEC에 암호화폐 거래소 및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권한을 주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내년 1분기 중 거래소에 대한 등록이 이뤄지고, 그 이후에야 현물 ETF가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의회는 인프라 투자법, 내년 예산을 두고 민주–공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프라 투자법은 통과가 됐지만 정부 부채한도, 예산은 아직도 줄다리기 중이다.
의회 일정 안에 암호화폐 관련 입법이 들어가는지는 이같은 정치 일정과 맞물려 파악할 필요가 있다.
# SEC ‘신의 한수’ …시장 전체 감독권을 갖겠다
올해 안에 입법이 완료된다고 해도, 거래소 규제가 실행에 들어가는데 2~3개 월이 소요된다고 하면 빨라야 내년 1분기말이나 돼야 현물 ETF에 대한 SEC의 긍정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현물 ETF는 인질이다.
미국의 암호화폐 업계는 SEC가 원칙없이 코인 규제를 한다고 비판해왔다. 업계 요구가 ‘명문화된규제의 확립’이라면, 로비를 통해 이것이 관철된다면, 역설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곳은 SEC가 되는 셈이다.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를 먼저 승인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시장이 원하는 것의 일부만을 내주면서, 시장 전체에 대한 감독권을 갖는 묘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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