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대체 불가능 토큰(NFT) 등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증권사들도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보니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전문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거나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의 방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김열매 전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을 영입했다. 김 연구원은 현대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업계에서 가상자산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그는 한때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그라운드엑스(Ground X)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자 관련 애널리스트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이 분야 전문가가 워낙 극소수에 불과하고, 전문적인 연구작업을 벌일 기반이 취약해 애널리스트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내부에서 가상자산 전문가를 육성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선 리서치센터가 가상자산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중이지만 내부에서도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며 “가상자산 리포트를 내기로 결정하더라도 관련 인력을 끌어오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 가상자산 분야를 맡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사 중 가상자산 리포트로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는 곳은 SK증권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메타버스 그리고 NFT,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부터 지난 8월 ‘NFT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Digital Currency Watch’라는 정기연재 보고서를 꾸준히 내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SK증권은 올해 들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 운영사인 피어테크와 가상자산 수탁 협약식을 가졌고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와도 손 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초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 6.15%를 퀄컴으로부터 인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에도 4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미래에셋은 그룹사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부산블록체인협회와 벡스코가 주관한 ‘NFT 부산 2021’ 행사의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주제 발표를 맡으면서 금투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 7월 미국 자회사인 글로벌 엑스를 통해 신규 상장지수펀드(ETF) ‘Global X Blockchain ETF’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미국 최초로 상품명에 블록체인이 들어갔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NFT 등 가상자산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직접적인 진출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망설이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등 금융권이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간접적인 방법을 활용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당장 증권사에 개방될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대부분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며 “추후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했을 때를 대비해 인적자원을 사전에 확보하거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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