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재료값·인건비 인상 등 원인…전문가, 인플레이션 경고 # BBQ·bhc·오리온 가격인상 계획 없어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최근 물가를 보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대형마트 장바구니에 식료품 몇 개 담으면 금방 10만원이 넘어요. 밥상 물가가 무서울 정도예요.”
연초부터 시작된 소비자물가 상승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곡물가격 및 운송비 상승으로 라면·과자·치킨에 이어 참치캔과 맥주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식품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앞으로도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도미노 가격 인상이 예고돼 소비자의 물가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동원 참치에서 교촌 치킨까지 2만원으로 가격 줄줄이 인상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오는 22일부터 치킨 메뉴 가격을 평균 8.1% 올리기로 했다. 품목별로 500원~2000원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치킨에 이어 맥주 가격도 오른다. 하이네켄은 다음달부터 맥주 가격을 10% 올린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최근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에 다음달 1일부터 4캔 구매 할인행사 적용시 1캔당 가격을 기존 2500원에서 2750원으로 인상한다는 통문을 보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1.11.19 aaa22@newspim.com |
식료품인 통조림 참치 가격도 상승한다. 동원F&B가 다음달 1일부터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를 포함한 참치캔 제품 22종의 가격을 평균 6.4% 인상한다. 품목별로는 최대 8.5% 인상할 예정이다.
앞서 오뚜기와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대표 라면 업체들도 8월부터 줄줄이 라면 출고가를 인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초고가 라면도 출시됐다. 하림이 지난달 중순 내놓은 장인라면의 봉지당 가격은 편의점 기준 2200원이다.
과자 가격도 올랐다. 비슷한 시기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도 홈런볼과 카스타드 등 자사 대표 과자의 가격을 약 10% 올렸다. 과자업계도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해 가격도 높였다. 농심이 지난달 출시한 ‘새우깡 블랙’은 기존 ‘새우깡’보다 50% 비싼 1500원이다.
식품 업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제품 가격인상에 나선 것은 올해 꾸준히 원부자재 가격이 인상했고 코로나19로 인건비와 물류비 등 비용 증가로 제조원가가 상승하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29.2%)보다 3.0% 상승한 133.2포인트(p)를 기록했다. 곡물류와 유지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곡물 가격지수는 137.1로 전월보다 3.2% 올랐다. 유지류는 184.8로 전월보다 9.6% 상승했다.
치킨·참치캔은 대표적인 인기 먹거리로 가격 저항이 큰 만큼 그간 생산성 제고와 원자재 수입 다변화 등으로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단체에선 원자재 인상 추세를 감안해도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도 오른 상품의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총장은 “식품업계가 치킨과 우유 라면 등 여러 품목의 가격을 오랜 시간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한 번에 큰 폭으로 올렸다”며 “소비자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이라고 우려했다.
◆ 선두 기업 올리면 가격 도미노 가능성↑…”소비자 소득은 늘지 않아 인플레이션 현실화”
문제는 각 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 경쟁사나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미 가격인상을 단행된 라면의 경우 오뚜기가 가격을 올리자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이 바로 가격을 인상했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가격 인상 이후 매일유업, 남양유업, 파스퇴르 등도 가격을 올렸다.
[사진=교촌치킨] 2021.03.15 shj1004@newspim.com |
전문가들은 식품업계의 가격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놓여있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두주자 격인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곳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 높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소득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식료품 가격이 올라가는 등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생산과 운송 등 글로벌 공급망 이슈 반복되면 식품업계의 불안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도날드와 교촌치킨 등 프랜차이즈 식품업체들이 감자튀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관련 제품의 판매를 한때 축소했다.
원재료 비용 부담에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는 식품업체도 있다. BBQ는 2018년 ‘황금올리브 치킨’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만8000원으로 2000원씩 올린 게 마지막이다. 다만 bhc와 BBQ는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BBQ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인건비·배달 수수료 부담 등 가맹점 수익성 개선 요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치킨값 인상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올해 과자 가격을 동결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매장에서 제품이 팔리는 즉시 알 수 있는 POS 데이터(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재고와 반품을 줄였다”며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원자재 상승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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