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8조 예상…내년도 5.6조 계획
은행들 내년 목표 증가율 4~5%…부채 축소 돌입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은행권 대출 중단의 시발점이 됐던 NH농협은행이 내년도 가계대출을 올해보다 2조원 이상 줄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권고치(4~5%)에 맞추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만큼 감축 규모도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증가세를 이어오던 가계대출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액을 5조6000억원으로 잡고 금융당국과 논의 중이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예상치인 8조원 수준보다 2조4000억원 가량 줄인 규모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잡으면 6조원 정도가 되는데 조금 가감을 해서 5조6000억원 정도로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지난 1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135조242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1% 증가했다. 가계대출을 전격 중단한 8월 말 증가율이 7.6%였던 것을 감안하면 금융당국 권고치(6%대)에 가까워졌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단하는 등 대출을 조이고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를 양도한 영향이다.
이달에도 6500억원 규모의 정책모기지를 양도할 예정이다. 통상 은행은 정책모기지를 판매한 뒤 2~3개월 후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한다. 양도한 만큼 은행 대출 총량에서 빠진다.
12월부터 무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재개했지만 일정 규모의 대출상환도 예정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8조원 이내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농협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면 올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액인 7조5000억원은 넘어서지만 증가율 6.3%로 정부 권고치에 도달한다.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은 4.5%로 계획했다. 기타 산식과 조건을 고려해 내년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6000억원 규모로 잡았다. 올해 증가액과 비교해 2조4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지 못한 은행에는 패널티를 부여할 방침이어서 추가 조정될 여지는 있다.
농협은행이 내년도 가계대출을 2조원 이상 줄이기로 하면서 가계부채 축소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4~5% 수준으로 잡았다. 지난달 말 기준 증가율이 ▲KB국민은행 5.4% ▲신한은행 6.3% ▲하나은행 4.6% ▲우리은행 5.3%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가계대출 규모는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부채 레버리지를 축소해 금리상승기 부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같은 금리상승기에도 주요 선진국에선 부채가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은 선진국 평균 77.2%를 기록했다. 1분기 78.5%보다 낮아졌다. 반면 한국은 105.6%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도 내년도 가계대출을 많이 줄일 것”이라며 “목표대로 간다면 공급도 줄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로 수요도 올해처럼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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