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타소득 분류, 양도차익에는 세금 부과 양도손실은 외면
[아이뉴스24 이재용 수습 기자] “코인 1억원 손실 중인데 내년 5천만원 회복해도 아직 5천만원 손해다. 그런데 250만원 공제하고 22%를 내라고?” “주식투자처럼 실제 수익에 공제 5천만원 기준 적용해야 형평성이 맞지.”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1년 유예안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과세 형평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회에는 가상자산에 주식과 같은 세율과 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법안이 발의돼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을 내년에서 2023년 1월로 1년 연기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가 확정됐다.
그동안 정치권은 당장 내달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주식과의 형평성 등을 지적하며 유예를 주장했다. 결국 1년이 유예된 만큼 논란이 된 가상자산의 분류와 이월공제 등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가상자산 소득, 기타소득 분류로 모순 생겨…”금투소득 적용이 합리적”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기본공제액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한다. 지방소득세 2%를 더하면 총 22%다. 반면, 국내 주식은 이익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같지만, 2023년 이후부터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돼 5천만원이 공제된다.
1억원의 양도 차익을 거둔 경우 주식은 세금을 1천만원 내면 되지만, 가상자산은 두배 가까운 1천95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가상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구분되는 이유는 정부가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득세법에서는 무형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타소득은 근로, 사업, 이자, 배당 등이 아닌 나머지 소득을 말하는데 상금, 사례금, 복권당첨금 등 일시적 불로소득의 성격을 띠는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가상자산의 차익은 계속·반복적으로 매매하는 사업소득에 가깝고 현실적으로 주식과 유사하다”며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구분하고 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형자산이라는 것을 전제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다보니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만, 양도차손으로 인한 결손금은 이월공제가 되지 않는 모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시적 소득인 기타소득은 1년 주기로 과세하기 때문에 결손금을 이월공제해주지 않지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된 주식은 5년까지 결손금 이월공제가 가능하다.
가상자산의 경우 올해 1억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내년에 2억원의 수익이 생긴다면, 내후년에는 2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주식은 수익 2억원에서 손실금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오 교수는 “세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주식거래 소득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한다면, 과세 방법도 주식과 같은 금액을 공제해 주고 이월 결손금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과세 확대하자는 국회…안 된다는 정부
하지만 가상자산 소득 분류는 정부와 국회의 입장차가 극명히 갈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기타소득, 비과세 연 250만원을 고수하는 반면, 국회는 금융투자소득 적용·비과세 상향 등으로 의견이 모인다.
정부는 국내 주식의 경우 국내 기업의 자본 확충 조달을 위한 투자금 유입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5천만원의 기본 공제가 적용되고 있으나, 가상자산 소득은 기업의 자본 조달 목적으로 활용되지는 않아 국내 주식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소득으로 추가해 주식과 같이 5천만원의 비과세를 적용하자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과 일단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두고 세율과 공제를 금융투자소득과 동일하게 하자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안이 지난 조세소위원회에서 제출된 바 있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야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높이자는 의견이다.
다만 국회도 세법을 실행하는 정부 측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보고 비과세 5천만원을 적용하자는 방향은 변함없지만,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숙고를 통해 새로운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무조건 입법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분류하는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쪽과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실에서도 “이번 1년의 유예는 정부가 근거 없이 정의를 내리고, 과세 범위를 확대하면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외 동향을 살피고 업계, 전문가들과 협의해 과세 형평에 맞도록 관련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이뉴스24제공/이재용 수습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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