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우려 강화
연준 금리 인상 속도 둔화 전망 제기
대형 기술주 약세 지속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20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과 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연말 주식시장에 커다란 악재가 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33.28포인트(1.23%) 내린 3만4932.16에 마감했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2.62포인트(1.14%) 하락한 4568.02로 집계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88.74포인트(1.24%) 밀린 1만4980.94를 나타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전고점인 1만6057.44에서 6.7% 멀어졌다.
이날 시장은 오미크론의 확산세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법안 좌초 위기에 주목했다. 투자자들은 오미크론과 법안 통과 차질이 경제 전망의 하방 위험을 키운 것으로 판단다고 주식을 팔았다.
전날 네덜란드 정부는 이날부터 내달 14일까지 전국의 상점 및 식당 영업을 중단하는 등의 봉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8만2800명을 넘기면서 성탄절 이전 경제활동 제재 강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나날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시장 참가자들은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클 가능성을 우려했다.
플로뱅크의 엣시 드웩 수석 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미크론은 산불처럼 번지고 있고 이것이 투자심리를 압박한다”면서 “유럽에서 봉쇄가 이뤄지고 있으며 경제활동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확진자도 크게 늘어 바이러스가 치명적이지 않더라도 입원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CIO는 로이터통신에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국에서 발생할 일의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확진자가 더 늘면 이것은 병원을 압박할 수 있고, 사람들은 외출과 지출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조7500억 달러의 인프라 지출 계획을 담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의 좌초 가능성이 커진 점 역시 투자심리를 가라앉혔다. 조 맨친(민주·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이 해당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해당 법안의 통과를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하고 있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맨친 의원의 반대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성장률 기대치를 낮춰 제시했다. 골드만의 1분기 미국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0%로 낮아졌으며, 2분기 성장률과 3분기 성장률 기대치 역시 각각 3.5%에서 3.0%, 3.0%에서 2.75%로 하향 조정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과 인프라 투자 법안의 좌절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주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내년 3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규모를 월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확대해 내년 3월 자산매입을 완전히 종료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의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카렐리 CIO는 “맨친 상원의원의 지지를 얻지 못해 지출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오미크론이 경제에 타격을 준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준 불확실성이 가신 시장에서 오미크론과 인프라 투자 법안 관련 악재가 터지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이 올해 산타 랠리를 보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트레이드 파이낸셜의 크리스 라킨 상무이사는 투자 노트에서 “거시 경제 악재가 있고, 연휴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상승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미크론 공포에도 내년 하반기 흑자 전환을 예고하면서 크루즈 운항사 카니발(CCL)의 주가는 이날 3.39%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약세를 보였다. 데번에너지(DVN)와 다이아몬드백(FANG), 엑슨모빌(XOM)은 각각 2.42%, 3.23%, 1.40% 하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2.63달러(3.7%) 내린 68.23달러에 마감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ORCL)은 의료 기록 기술 제공업체 서너(CERN)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5.12% 하락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방점을 찍은 ‘더 나은 재건’ 법안의 좌초 위기로 태양광업체 선런(RUN)의 주가는 8.15% 급락했다.
주요 대형 기술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AAPL)은 0.81% 내렸고, 메타플랫폼(FB)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GOOGL)은 각각 2.50%, 0.08% 밀렸다. 아마존닷컴(AMAN)은 1.73%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1.20%의 낙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뉴욕 증시 마감 무렵 전장보다 6.95% 오른 23.07을 기록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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