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메타·아마존 등 거대 인터넷 기업 임원과 기술자들
# ‘한 세대 한번 오는 기회 잡자’며 대거 크립토 벤처로 이직
# 임금도 작지 않고 예전보다 단기간에 큰 돈 벌 수 있어
# 관료화된 거대 기술 기업들의 인터넷 독점에 반감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 실리콘 밸리의 기술대기업 임원들과 기술자들이 한 세대 한번 있는 기회를 찾아서 크립토(crypto·암호) 기술 벤처사로 옮기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초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터부문 부사장이던 샌디 카터는 회사를 그만둔다고 발표하면서 암호기술회사인 언스토퍼블 도메인(Unstoppable Domain)에 합류한다고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밝혔다.
이틀만에 거대 인터넷 회사 출신의 350여명이 이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그의 글에 걸린 회사 링크를 클릭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반 웹사이트 주소를 판매하는 회사다.
카터는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거대 기술기업에서 몇 백만달러의 연봉을 받다가 이직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모두 한세대 한번 오는 기회를 잡으려는 것이다. 이들은 크립토가 대세라고 말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같은 제품을 통칭하는 용어다.
실리콘 밸리엔 지금 터무니없어 보이는 도지코인 등에 대한 투자에 가담했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60% 올랐으며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이더(Ether)는 다섯배로 가치가 올랐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서 수십년에 한 번 오는 변혁기가 닥쳤음을 알고 이에 가담해 보상을 얻으려는 기술산업의 최고 인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크립토가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등장에 못지않은 기회로 새로운 억만장자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투자자들도 넘쳐 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올해 전세계 크립토 및 블록체인 벤처기업에 투자한 돈만 280억달러(약 33조3788억원)으로 지난해의 네배에 달했다고 민간 투자를 추적하는 피치북이 밝혔다. NFT회사에 투자된 돈만 30억달러(약 3조5763억원)가 넘는다.
전 구글사 임원인 스리드하르 라마스와미는 “1990년대 인터넷 초창기 분위기다. 초창기여서 혼란스럽지만 기회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크립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크립토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크립토가 소수의 회사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보다 분산된 인터넷을 창조함으로써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것이 2009년이지만 NFT와 같은 크립토 제품은 올해 처음 등장했다. 이 사실이 거대 기술기업으로부터 크립토분야로 인재이동을 촉발시켰다.
택시중개회사인 리프트의 재무책임자(CFO)는 이달에 사임하고 크립토 벤처기업에 합류했다. 지난 달에는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가 자리를 내놓고 자신의 크립토 회사인 스퀘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회사이름을 스퀘어에서 블록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블록 임원들의 사진을 블록 아바타로 바꾸겠다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사진을 블록 아바타로 바꿀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메타에서 암호화폐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올 연말 회사를 떠닌다고 발표했다. 그는 직접 암호화폐 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술기업들을 떠나면서 구글과 같은 회사는 매주 직원들이 떠나는 문제를 최고 경영진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한다. 구글은 직원들이 떠나지 않도록 유인하기 위해 추가로 스톡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크립토 부문에 투자하는 메타와 달리 구글은 새 흐름에 동참하기를 주저해왔다. 그러나 직원들이 크립토를 기회로 생각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수로지트 차테르지 부사장이 지난해 회사를 떠나 최대 암호화폐 교환회사인 코인베이스의 제품생산책임자(CPO)로 옮겼다.
코인베이스사가 지난 4월 상장하면서 차테르지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6억달러(약 7153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불과 14개월 만이다.
또 몇년 전 암호화폐를 샀다가 큰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기술 기업 직원들도 늘고 있다.
올해 쉰 살인 쳉씨는 지난 9월 6년동안 일한 페이스북을 떠나 크립토회사인 노비사에 가담했다. 마이스텐랩스사의 20명 직원들은 대부분 샌프란시스코, 런던, 뉴욕 등지의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블록체인 기업들 중에는 비트판다, 제미니, 코인리스트 등 암호화폐 거래소, 오픈시, 대퍼랩스 등 NFT 및 예술품 수집회사, 디피니티와 알케미등 인프라스트럭처 회사 등이 있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을 떠나는 이유중 일부는 이들 회사가 커지면서 관료주의화된 영향도 있다.
크립토 회사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과거 기술기업 벤처에 가담했을 때에 비해 단기간에 보상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에 합류하는 직원들은 보통 스톡옵션을 기대하고 낮은 임금을 감수하지만 크립토 기업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보다 빠른 시점에 주식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또 회사가 거래하는 암호화폐 거래에 가담함으로써 돈을 벌기도 한다.
일부 크립토 벤처 회사들은 직원들이 회사의 암호화폐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대 기술기업 못지 않은 임금을 보장하기도 한다.
더이상 거대 기업 임금의 3분의 1만 받고 회사를 옮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립토 벤처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풍부한 것이다.
크립토는 인터넷의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인터넷을 지배하면서 개인정보를 흡수해 표적광고에 활용하는 것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점이 웹3(web3)로 불리는 크립토가 인재들을 흡수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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