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전 트위터 CEO ‘벤처캐피탈이 웹3 장악’ 주장하자
# 실리콘 밸리 대표 벤처캐피탈 대표 등 적극 반박 나서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터넷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현재의 인터넷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수 거대 기술기업들에 의해 장악돼 막강한 이익을 안겨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의 운영 권한을 소수가 독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얻게 됐고 몇 년 전 새로 등장한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왔다.
블록체인기술 기반의 인터넷 시스템을 ‘웹 3.0(Web 3.0)’ 또는 줄여서 ‘웹3(Web3)’라고 부른다.
암호화폐와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같은 블록체인 관련 상품들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웹3는 대체로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개념에 머물러 있다.
그런 웹3의 미래를 두고 최근 미국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위터사의 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금융기술회사 블록(Block)의 대표인 잭 도시는 웹3를 구현하려는 많은 시도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번주 막강한 벤처자본가들이 이미 웹3를 장악하고 기업인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더이상 웹3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시의 발언이 웹3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질렀다. 벤처자본가들과 웹3 지지자들이 대거 반격에 나선 것이다.
6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도시는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누구도 웹3를 소유할 수 없다. 벤처캐피털사는 물론 출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웹3도 벤처자본가들의 유혹을 넘지 못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또 다른 차원의 중앙집중적 매체가 될 것이다.”
지지자들은 웹3가 인터넷을 장악해 이용자 정보를 광고에 팔아먹는 거대 기술기업으로부터 인터넷을 해방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소수 거대 회사가 지배할 수 없는 보다 공평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의한 통제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다.
지지자들은 또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들로 새로운 형태의 화폐는 물론 이용자들이 자신의 콘텐트를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도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등 웹3의 핵심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온 사람이다. 이번에 그의 선언이 큰 주목을 끌 수 있었던 배경이다.
도시는 이달 들어 자신의 금융회사 이름을 스퀘어(Square)에서 블록(Block)으로 바꾸었다. 블록체인에서 딴 이름이다. 그는 또 암호화폐의 선두주자인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대표적 인사로 여겨져 왔다.
그는 올해 초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내 평생에 비트코인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역시 소유권 집중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국립경제조사국(NBER)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소유자의 0.01%가 유통되고 있는 1900만 비트코인의 2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사로서 암호화폐 벤처기업과 웹3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도해온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대표(무한책임사원)인 크리스 딕슨은 도시의 발언에 대해 “웹3에선 모든 프로그램, 데이터, 소유권이 개방돼 있다. 읽고 스스로 결정만 하면 된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를 비롯한 벤처캐피털사의 지분은 매우 작다”고 썼다.
일찍부터 비트코인 지지자이며 암호화폐 플랫폼 설립자인 에릭 부어히스도 “벤처캐피털이 일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누구도 웹3를 소유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벤처캐피털사가 비트코인 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장악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트윗에 썼다. 뒤에 그는 자신이 도시의 팬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술기업 경영자들도 논쟁에 뛰어 들었다.
클라우드회사인 복스(Box)의 CEO인 애런 레비도 웹3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도시와는 다른 의미에서다. “혁신을 지지하지만 많은 웹3 시도들에 대해 비관적이다. 플랫폼을 믿을 수 없다면서 오늘날 웹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 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고 썼다.
테슬라사 CEO 일론 머스크도 가담했다.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그가 트윗에 “웹3를 본 사람이 있나요? 난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네”라고 썼다. 그러자 도시가 “A와 Z 사이 어느 곳엔가 있다”고 답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를 겨냥한 발언인 듯했다.
말싸움이 종종 감정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도시는 22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안드리센 호로위츠 설립자 마크 안드리센 계정에 의해 차단돼 있는 장면의 스크린샷을 트윗에 올리고 “난 공식적으로 웹3에서 배제됐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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