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외부 지갑 등록 절차를 시행하면서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은 원화마켓 거래소들도 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비트의 경우 외부지갑 인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가 더욱 몰릴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오는 24일부터 외부지갑에 대한 등록 절차를 시행한다.
코인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외부지갑 예비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 등록기간이 지난 24일 이후부터는 외부지갑에 대한 가상자산 출금이 금액과 상관없이 전면 제한된다.
이번 코인원의 외부지갑 등록제는 NH농협은행과의 실명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에 따른 것이다.
코인원은 지난해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원화마켓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위해 NH농협은행으로 실명 계좌를 받았다. 해당 과정에서 은행 측이 코인원에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다각적인 요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 측이 오는 3월25일부터 가상자산에 거래에 적용되는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시스템 구축을 그보다 빠르게 적용하길 요구하면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개인지갑 거래 시에는 신원이 확인 가능한 지갑으로만 출금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코인 거래소들의 수익 대부분은 원화와 암호화폐간 거래에서 나오기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필히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계좌 발급은 은행이 전적으로 심사한 뒤 발급이 진행되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인다.
앞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해 가상자산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트래블룰 적용을 논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거래소 내 지갑과 외부 지갑 간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시 발신자와 수신자의 신원과 거래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인지갑으로는 메타마스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메타마스크 계정 생성 시 특정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코인원에서는 외부지갑으로 등록이 불가하다. 코인원은 “거래소 가입 시 등록한 이메일, 휴대폰 번호, 이름 셋 중 하나가 외부 지갑에서도 확인이 가능해야 출금이 가능한 지갑으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 부분을 예민하게 다루는 만큼 코인원뿐 아니라 같은 NH농협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빗썸과 신한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은 코빗 역시 향후 외부지갑에 출금에 대한 제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뱅크에서 실명계좌 발급을 받은 업비트의 경우 외부 지갑 출금에 따른 제한에 관한 계약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업계 1위 거래소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만큼 나머지 3개 거래소에 외부지갑 제한이 잇따라 생겨나면 외부지갑 출금이 제한되는 거래소에서 업비트로의 자산 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NFT(대체불가능한 토큰)과 메타버스, 디파이(탈중앙화 거래소)의 인기로 메타마스크를 쓰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향후 동등하지 않은 영업환경에서 업계간 경쟁의 비대칭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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