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프픽션’ 미공개 영상 NFT 발행 선언
# 세계적 거장 NFT 언급에 영화계 ‘들썩’
# 국내 영화계도 NFT 도입, 마케팅 시동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지난해 11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NFT NYC’라는 행사에 참석해 1994년에 내놓은 자신의 두 번째 영화 ‘펄프픽션’의 미공개 영상 7개와 손으로 직접 쓴 대본 등을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로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타란티노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영화 마니아와 NFT 투자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거장이 만든 영화의 미공개 영상 등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데다가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의 ‘굿즈’라는 점에서 투자 가치 역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 영화 제작사인 미라맥스(MIRAMAX)가 타란티노 감독이 NFT화 하겠다는 것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 그의 계획엔 일단 제동이 걸렸다.
다만 이들의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논란은 NFT가 얼마나 빠르게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침투하고 있는지 알려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NFT는 특정 콘텐츠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해 화폐화하고 그것의 소유권을 명확히 해주는 디지털 기술이다.
말하자면 NFT는 일종의 증표로서 특정 콘텐츠의 가치와 소유권자, 그리고 진품 여부를 분명히 해주는 것이다.
가령 ‘펄프픽션’의 미공개 영상 7개가 각각 NFT가 되면 누군가가 그것을 가상화폐 등을 활용해 구매할 수 있고, 그 영상이 해당 구매자 소유라는 게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식이다.
이 소유권은 당연히 사고 팔 수 있으며, 그 가치에 따라 주식처럼 가격 변동성도 갖는다.
최근 NFT는 한국영화계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 미국 시장처럼 특정 감독의 영상을 따로 NFT로 내놓을 정도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 기술을 활용한 각종 마케팅을 시작한 정도로 보면 된다.
다만 NFT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 봉준호나 박찬욱 등 유명 감독 영화의 미공개 영상이 NFT로 세상에 나오는 일을 보는 것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NFT는 영화 콘텐츠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투자·배급사 뉴(NEW)는 지난 2일 영화 ‘특송’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 IP를 활용한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 NFT 3000개를 개당 30클레이(Klay)에 NFT 플랫폼 오픈씨(opensea)에서 판매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특송’ NFT는 공개 직후 모두 팔리며 최근 NFT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줬다.
NEW 관계자는 “미래 산업과 콘텐츠의 융합을 통해 보유 IP의 가치를 확장하려 한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에게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NEW는 NFT 판매로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NFT가 거래될 때마다 발생하는 로열티 일부를 갖게 된다.
NEW는 앞으로 나올 영화 뿐만 아니라 기존에 개봉했던 영화와 관련된 NFT를 선보여 IP 확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즐기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영화가 단순히 문화 영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최첨단 산업과 결합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는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NEW에 앞서 롯데시네마 역시 NFT를 활용한 영화 마케팅을 벌였다. 롯데시네마는 ‘매트릭스:리저렉션’을 예매한 관객 3만명에게 선착순으로 ‘매트릭스’ 관련 NFT 굿즈를 나눠줬다.
‘매트릭스’ IP를 갖고 있는 워너브라더스, NFT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위치크래프트와 협업한 결과물이었다. 롯데시네마 측은 “‘매트릭스:리저렉션’ 예매량은 롯데시네마 다른 영화 예매량 추이와 비교할 때, 20% 가량 높게 나타났디”며 “NFT 마케팅의 영향도 있었을 거로 본다”고 했다.
그룹 신화 출신 배우 김동완이 주연을 한 영화 ‘긴 하루’ 역시 NFT를 내놨다. NFT엔터테인먼트 전문 플랫폼인 마이픽스와 클립드롭스에서 미공개 영상과 출연 배우 사인 포스터를 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NFT가 일부 영화 팬을 겨냥한 굿즈 또는 이벤트로 여겨지는 것 같다”면서도 “NFT의 가치가 결국 희소성에 있는 만큼 유명 감독이나 스타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화 뿐만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서 NF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최근 배우 강동원 측은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된 이른바 ‘목공 하는 강동원’ 영상을 NFT로 만들어 지난해 12월 판매했다.
종류는 모두 네 가지였다. 약 8분 분량 동영상 클립 3개는 각 100개씩, 44분 분량 풀 영상은 19개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가격은 각 20달러, 1000달러였다. 이들 영상은 지난해 12월24일 판매를 시작해 31일 완판됐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강동원 NFT 기획을 주도한 모노튜브 관계자는 “영상이 화제가 됐고, 이같은 관심을 좋은 일에 써보자는 제안이 내부에서 나와 NFT를 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내가 덕질하는 스타의 희소한 콘텐츠가 NFT를 통해 나오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시장은 커질 수 있다”며 “모노튜브가 강동원 영상을 판매한 건 기부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이같은 사업이 얼마나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테스트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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