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물가 지속,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심각
# 대선 앞둔 2월 보다는 1월 인상가능성 무게
# 미 연준 긴축 빨라지면 선제적 추가 인상도
# 연말까지 2~3차례 더 올려 1.5~1.75% 전망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선제적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2~3차례 더 올려 연말까지 1.5~1.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 상당수는 한은 금통위가 오는 1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1%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3%대에 달하는 가파른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저금리 기조 속에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부동산 등으로 흘러 들어가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해 진 상황이다.
다음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2017년 기준금리 발표가 연 8회로 축소된 후 처음으로 연속 인상에 나서게 된다. 한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2017년 연 12회에서 연 8회로 축소된 후 기준금리가 연속 인상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2008년 3월 기준금리 적용 이후에는 김중수 총재 취임 시절인 2010년 7월~2011년 6월까지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한은은 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다.
이후 물가안정과 가계부채 축소 등으로 지난해 8월과 11월 각 0.25%포인트 씩 인상해 연 1.0%로 올리는 등 금리 인상을 두 차례 단행했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3.7% 상승해 3개월 연속 3%를 지속했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가계빚은 1845조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주열 총재는 그동안 수차례 올해 1분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내년(2022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 있겠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지속했다. 이 총재는 2022년 신년사에서 “(금리 인상은) 성장과 물가의 흐름 등을 점검하는 가운데 금융불균형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영향을 함께 짚어가며 판단해야 할 것이며 특히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볼 것”이라며 “경제 상황의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가겠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빚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늘어난 경제주체의 채무는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냉정한 눈으로 적극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계부채,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 4일 범금융권 신년사에서도 “금융완화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업황 부진에 직면해 있는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금통위원 역시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한은이 공개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중 3명은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언급했고, 2명도 인상 필요성을 지적하는 등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입장을 내놨다.
나머지 1명은 기준금리 동결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별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사실상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매파 성향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그동안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온 만큼 1월이나 2월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대선을 불과 14일 앞둔 2월 금통위(2월 24일) 보다는 1월에 인상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만장일치 보다는 금리동결 소수의견이 1명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그동안 1분기 인상을 예고한 만큼 1월이냐, 2월이냐의 싸움인데 대선 등 정치 이벤트를 앞둔 2월 보다는 이번 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는 있지만 1월 소비자 물가가 3%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되 1명의 소수의견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에 인상하고 난 후부터는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휴지기를 갖고 성장세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인 8월에 한 차례 더 올려 연말 까지 최종 금리가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그동안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1월 소비자물가도 3%에 근접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다음 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온 만큼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무관하게 연말까지 1.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이르면 3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맞춰 올해 연말 기준금리 상단이 1.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왔는데 선거를 앞둔 2월 보다는 이번 주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수의견은 주상영 위원 1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하반기 한 차례 더 올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5%까지 올릴 수 있다”며 “반면 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선제적 추가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아 연말까지 1.75%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다음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후 연말까지 추가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정책당국의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 시사한 만큼 다음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올해 연간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1월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대출총량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 금리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해 통화당국이 의도했던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정상화 목적의 기준금리 인상은 마무리 됐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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