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사들 “게임하면서 돈버는 기회 제공” 주장하지만
# “이용자 주머니 터는 데 질렸다”는 게이머 반발로 곤혹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들이 대거 암호화폐(crypto currency)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Metaverse; 사이버 가상공간)에 투자하면서 20여년 전 인터넷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듯이 크립토(암호화폐) 또는 가상현실 관련 산업이 거대한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라는 믿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초기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미 거대한 부를 구축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NFT 경매로 큰 돈을 버는 예술가들도 적지 않으며 가상공간의 부동산 매매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가상현실 관련 산업은 이미 성공궤도에 접어든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가상 공간에서의 체험을 제공해온 게임사들도 최근 의상 등을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새로운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의 NFT 사업은 게이머들로부터 역풍을 맞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미 뉴욕탕미스(NYT)가 지난 주말판 기사에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 이용자 주머니 털기다…강력 반발
몇 년 동안 슈팅게임 스토커(S.T.A.L.K.E.R.)를 즐겨온 크리스티안 란츠(18)는 올해 후속판이 나온다는 소식에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지난 달 이 게임 운영사인 우크라이나의 GSC 게임 월드사가 스토커 게임에 NFT 상품을 접목한다고 발표했다.
게임 참여자들이 게임 캐릭터들이 입는 의상 등 NFT 상품을 사고 팔 수 있게 하겠다고 한 것이다. 게임사는 이 조치가 메타버스 가상현실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선전했다.
란츠는 격분했다. 트위터와 레딧에 있는 팔로워 수천명과 함께 스토커 게임 후속판에 NFT를 접목하는 것을 반대하고 아섰다. 게임 이용자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역풍이 너무 심해 결국 GSC사는 NFT 접목 계획을 포기했다.
# 게임 이용자와 갈등
암호화폐, NFT,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산업혁명 열풍이 대단하지만 이를 불신하는 시각도 작지 않다. 암호화폐나 NFT를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며 폰지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이 장기적으로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게임산업계 만큼 새 산업 분야에 대한 저항이 큰 분야도 없다. 유비소프트(Ubisoft), 스퀘에 에닉스(Square Enix), 징가(Zynga) 등 게임사들과 게임 이용자들 사이의 충돌이 갈수록 잦아지는 것이다. 현재로선 갈등이 생기면 이용자들이 게임사들을 굴복시키는 일이 많다.
3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유투버 무타하르 아나스는 “사람들이 유행만 좇는다. 게임에서 판매하는 NFT는 엉터리”라고 말했다.
지난 몇 달 새 6곳 이상의 게임사들이 NFT 도입을 발표하거나 검토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로 소유권을 보장하는 NFT로 게이머들이 자신만의 디지털 아이템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게임사들은 강조한다. 또 게이머들이 이 NFT 아이템을 시장에서 거래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선전한다. 나아가 머지 않아 여러 게임들이 NFT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NFT를 ‘노골적인 현금 약탈’로 간주한다.
# 게임 NFT는 아이텔 팔려는 ‘수작’
스퀘어 에닉스가 킹덤 하츠(Kingdom Hearts) 게임에 NFT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자 이 게임을 즐겨온 매트 키(22)는 “게임사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게이머들 주머니를 털려고 해 너무 화가 난다”고 트윗했다. “게임사들이 게이머들에게 어떤 좋은 점이 있는 지, 게임을 어떻게 개선했는지는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지’라는 말만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에게 캐릭터 업그레이드나 게임 내 등급 상승에 과금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려왔다. 이용자들은 게임을 시작하는 데만 60달러(약7만1000원) 이상을 지불했지만 의상이나 무기 같은 아이템을 사는데 돈을 더 써야먄 한다.
이런 방식에 불만이 쌓인 이용자들 사이에서 NFT 도입이 또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려는 ‘수작’으로 여겨 반발하게 만든 배경이라고 한 게임 산업 분석가가 밝혔다.
# 반발 고려 NFT 도입 계획 보류
지난 달 수퍼소닉 게임 제작사인 세가 새미사는 이용자들의 반감을 고려해 NFT 도입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어쌔신 크리드 게임 제작사 유비소프트는 지난달 이용자들의 NFT에 대한 반감을 오판했다고 시인했다. 유비소프트가 NFT 도입계획을 밝힌 유투브 동영상은 시청자의 90%가 ‘싫어요’로 응답했다.
게임사들은 NFT 도입 계획이 돈을 벌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모바일 게임 징가에 NFT를 도입하는 일을 담당하는 임원인 매트 울프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하기 시작한 건 벌써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7년 시작된 크립토키티즈(CryptoKitties)라는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수집한 디지털 고양이 일부가 10만달러(약 1억1900만원)에 거래된다. NFT를 거래로 게임자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한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게임도 인기가 높다.
# 인기 있지만 단순 돈벌기는 곤란
대형 게임사들은 NFT 도입에 적극적이다. 유비소프트는 지난 달 유비소프트 쿼츠(Ubisoft Quartz)라는 새 플랫폼을 발표했다.
헬멧이나 총기, 바지 등 디지털 상품을 NFT 형태로 거래할 수 있게 한 일종의 시장이다. 슈팅게임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Ghost Recon Breakpoint) 게이머들은 특정 등급에 오르면 이들 아이템을 무료로 받게 되고 이를 쿼츠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비소프트사가 배포한 NFT 아이템은 3000개지만 쿼츠 시장에 등록된 디지털 지갑은 현재 1만개에 달한다. 이는 NFT에 대한 선호도가 높음을 시사한다.
이들 회사 외에도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NFT 접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의 분노도 그만큼 쌓여가고 있다. 세가 세미사의 한 임원은 “단순히 돈벌기로만 인식된다면 NFT 사업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엑스박스, 스팀 등 NFT에 회의적
또 크립토화에 반대하는 게임사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Microsoft’s Xbox)사 필 스펜서 대표는 지난 11월 액시오스사와 인터뷰에서 NFT를 통해 돈을 벌려는 일부 게임사들이 “착취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X박스 아이템 상점에는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게임 상점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밸브사도 지난해 가을 암호화폐나 NFT 거래를 허용하는 블록체인 게임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포트나이트 게임사 에픽 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도 자사 게임에서 NFT를 제거하는 일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출처가 불분명한 사기거래”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 이유다.
NFT에 대한 역풍은 다른 곳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게이머들 이용자가 많은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Discord)는 지난 11월 이용자들이 크립토 계획에 반발해 유료계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계획을 취소했다. 제이슨 시트론 CEO는 “블록체인에 좋은 점이 많지만 문제도 역시 많다”고 말했다.
게이머인 키는 게임사들의 NFT 도입 움직임에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토커 게임사가 NFT 도입 계획을 취소한 사례로 다른 회사들도 여론에 굴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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