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은행에 이어 증권사들도 가상자산(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현재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직접투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커스터디 사업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 중이다.
26일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 내 혁신추진단 태스트포스(TF)를 통해 수탁사업(커스터디)을 전담할 신설 법인을 출범을 논의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정식으로 TF를 출범하면 증권업계에서는 최초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증권가에 앞서 가상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한 은행권은 합작투자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AML)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을 수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래에셋 역시 합작투자 방식으로 가상자산 수탁 전문회사를 설립할 전망이다. 코인 은행을 만들어 비트코인, NFT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특정 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특금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최근 대선주자들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추진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는 등 가상자산의 법적 편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가에서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리포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꾸준히 관련 리포트를 내던 SK증권 외에도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교보증권 등이 연달아 가상자산 관련 분석 리포트를 내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보다 앞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SK증권은 지난해 5월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함께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두 회사는 협약을 통해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다. SK증권은 피어테크 커스터디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밖에 SK증권은 같은 해 7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와 금융블록체인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미래 산업으로 암호화폐, 블록체인,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 기술과 자산이 등장하면서 이런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시장의 강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찾아달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직접적인 투자와 사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으로는 자금세탁방지 부분만 중점적으로 다룬 특금법만 마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업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업권법 마련을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명확한 실체가 부여되지 않는 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직접 투자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지금은 주로 수탁업(커스터디)을 비롯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 내지는 서비스와 관련된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추후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실체가 명확해지면 적극적으로 직접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y@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이 보면 좋은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