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중앙은행장 자리는 결코 쉬운 곳이 아닙니다. 우리 시간으로 27일 새벽 4시 30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월가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매파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시장을 다독거리는 단어를 구사해도, 어차피 욕을 먹게 돼 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와 성장, 둘 다 안정화시킬 수 없습니다. 이 교묘한 줄타기에서 파월 의장은 특유의 허허실실 언어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블록미디어가 3회에 걸쳐 연재한 [연준 QT] 시리즈 기사를 다시 묶어 출고합니다. 블록미디어 라이브 채널은 파월 의장 기자회견을 생중계합니다.
# 세 가지 의제
이번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핵심 의제는 세 가지다.
첫째, 테이퍼링 일정 재확인
둘째, 3월 금리 인상 시그널
셋째,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즉,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 테이퍼링 3월 종료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이 시장에서 채권을 사주는 양적완화는 3월로 종료될 예정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수 차례 이같은 일정을 확인했다.
만약 이번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나오면 시장은 쇼크에 빠질 것이다. 월가는 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 금리 인상 시그널
이번 회의에서 향후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심도 있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FOMC 위원들은 3월 이후 인상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예상도 3월 테이퍼링을 종료하자마자 금리 인상 단계로 넘어간다는 쪽이다. 이후 4 차례, 분기별로 금리 인상을 전망한다.
골드만삭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몬 CEO 등은 6~7번 인상, 또는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다.
# QT : 논란의 핵심
글로벌 금융시장에 폭탄이 될 수 있는 이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번 인사 청문회에서는 “올해 중에는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말했다.
통화 정책 투표권이 있는 FOMC 위원 9명 사이에서도 QT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얼마나 빠르게, 어떤 방식으로 QT를 해야 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QT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더해서 연준이 들고 있는 채권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을 더 많이 빨아들이게 된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8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 QT 일정 등 파월 의장의 마음에 달렸다
마켓워치가 9명 위원의 과거 행적, 코멘트 등을 바탕으로 정리한 표(위 도표)를 보면, QT를 조속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3명 뿐이다.
파월 의장을 포함해 3명은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3명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금리 인상만큼이나 QT를 서둘러야 한다”와 “신중하게 시장 영향과 앞으로 나올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가 반반인 셈이다.
이걸 때 정책 결정의 키는 의장인 제롬 파월 몫이 된다. 파월 의장의 입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QT 어떤 속도로, 어떻게?…과거 사례 : 영향 미미
연준의 양적 긴축(QT)이 어떤 속도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월가는 나름 계산을 한 게 있다. FOMC가 계산대로만 움직이면 시장은 충격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연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QT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행한 양적완화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절차였다.
양적완화 시작에서 양적긴축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연준은 양적긴축을 하기에 앞서 1년 전부터 금리 인상도 했다.
당시 QT는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고 없애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QT는 매달 100억 달러 규모로 진행됐고, 최고 월 500억 달러까지 키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차대조표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덮쳤기 때문이다.
# 이번 QT 시작 시점은?…7월 유력
노무라증권은 이번 경우 QT 시작 전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먼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내고 첫 금리 인상, 6월 두번째 금리 인상을 한다면 7월부터 QT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7월 시작이 기본 전망이지만, 5월에도 QT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인플레 상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QT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 QT 2조 달러에 1%포인트 금리인상 효과
노트댐의 경제학자 신시아 우와 국제결제은행의 판 도라 시아가 계산한 것이 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미국 GDP의 10%에 해당하는 2조 달러 씩 줄인다고 할 때 연방기금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연준은 통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0.25% 씩한다. 4번 인상한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 QT 속도는?
월가 투자 은행마다 QT 속도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이번 QT에서는 재투자만 중단하는게 아니라 연준 보유 채권을 시장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매월 최대 1000억 달러 규모 씩 QT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 은행 별 QT 규모는 다음과 같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8.8조 달러다.
* 뱅크 오브 아메리카
2025년까지 5.2조 달러로 축소(-3.6조 달러)
* 바클레이즈
2024년까지 6.2조 달러로 축소(-2조 달러)
* 크레딧 스위스
2027년까지 2.5조~2조 달러로 축소(-6.3조~-6.8조 달러)
* 도이체방크
2023년까지 7.3조 달러로 축소(-1.5조 달러)
* 모건스탠리
2022년까지 8조 달러로 축소, 2023년까지 7.1조 달러로 축소(-1.7조 달러)
* TD아메리트래이드
2025년까지 6.3조 달러로 축소(-2.5조 달러)
대략 앞으로 2년 내에 2조 달러 정도 QT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기준 금리를 1%포인트 정도 인상하는 효과다.
기준 금리 인상과 병행하는 QT가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 증시, 디지털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투저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금리가 가장 중요하다. 채권시장에서는 일드 커브(Yield Curve), 즉 장단기 채권 수익률 차이를 봐야 한다.
그 다음은 대규모 자금 이동 가능성이다. 주식의 경우 밸류에이션 문제인데 결국은 기업 실적이다.
마지막으로 외환 및 상품시장, 디지털 자산시장은 다른 자산 시장 움직임에 종속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내재 가치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 일드커브 플래트닝 : 이미 반영 중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의 테이퍼링, 금리인상, QT를 이미 가격에 반영 중이다.
단적으로 장단기 채권 수익률 차이가 좁혀져 있다.(Yield Curve Flattening)
금리인상은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다. 연준이 신속히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아준다고 하면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오히려 떨어진다. 장기 채권 수익률은 단기 채권 수익률보다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상승한다.
단기 채권 수익률은 정책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상승 압박을 더 많이 받는다. 일드 커브가 평평해지는 이유다.
올해 10년물 수익률은 2%, 30년물은 2.2~2.4% 수준을 지켜내는 지가 중요하다.
노던트러스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피터 이는 “시장은 금리인상을 앞두고 가격 반영을 시작했다”며 “일드커브는 평평하게 유지되고, 결국 장기 채권 수익률은 성장 지체와 물가 안정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경기 순환주, 가치주 투자 전략은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의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기술주와 성장주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디지털 자산시장도 기술주 동조화 국면에서 의미 있는 반등을 할 수 있다.
# 일드 커브 스티프닝
일드 커브가 가파르게 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웰스파고증권의 전략가 자카리 그리피스는 “금리 인상에 QT까지, 장단기 채권 수익률 차이가 본격적으로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일각에서 나오는 더 강력한 금리인상, 인플레의 심각성을 감안한 연준의 단호한 태도 등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최대 7차례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몬도 6~7 차례 인상을 얘기했다. 여기에 QT 시기가 빨라지면 채권 수익률 상승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
일드 커브가 가파르게 변하면 그렇지 않아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안고 있는 성장주, 기술주는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술주와 연동돼 움직이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 머니 무브
연준 금리인상과 QT는 머니 무브(money move)를 동반한다. 지금 예상되는 QT 규모는 2년 동안 2조 달러 정도다. 금리를 1% 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
금리 상승은 예금 이자를 올리게 되고, 이것이 머니 무브를 촉발할 수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의 전략가 졸탄 포차르는 “단기 자금, 머니마켓의 변화, 예금 시장의 변화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QT를 하면 시장 유동성은 줄어든다. 연방기금금리가 올라가는 만큼 투자시장으로 유입되는 돈보다는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증시, 부동산, 디지털 자산시장 등 대체 투자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그래도 안전한 은행 예금으로 가자”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늘어난 예금을 어떻게 할까? 대출 증가로 연결해야 할까?
연준의 금리인상과 QT는 경기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경기 변동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신용 위험이 올라간다. 이때 대출을 늘리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 디지털 자산시장 등 대체 투자 시장 전약 후강
연준의 긴축적인 태도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증시와 디지털 자산시장은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닷컴 버블 붕괴와 크립토 윈터를 떠올린다. 디지털 자산시장이 증시와 동조화하면서 고점 대비 50% 하락했기 때문이다.
QT 일정이 나오고, 채권시장 일드커브가 이에 대한 반영을 마무리하는 것이 먼저다. 기술주 밸류에이션과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경쟁 탈락은 그 다음이다.
디지털 자산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네트워크와 적응성을 갖춘 코인, 인프라 기능을 갖춘 코인, 새로운 프로젝트를 넉넉히 수용할 수 있는 프로토콜들이 선택적으로 생존할 전망이다.
데퍼랩스는 디파이 프로토콜의 8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크립토 윈터를 경험하지 못한 취약한 디파이 앱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반면 데이비드 마커스는 크립토 겨울이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시장의 문제 제기는 왜 중앙은행이 화폐를 통제하면서 주기적인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 거대 담론에 답할 수 있는 프로토콜, 네트워크가 생존자다.
하반기 이후에는 새롭게 맞춰진 금리 레벨에 따라 다시 대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 살아남은 코인이 이번 겨울의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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