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란처럼 달러 지급결제 접근 어려워
# “러 스위프트에서 제외되면 경제 5% 위축”
# 러 스위프트 제재 전폭 지지 얻을지는 불투명
# 러, 자체 결제 시스템 SPFS 설립, 암호화폐도 연구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누군가는 그것을 ‘핵옵션(nuclear option)’이라고 부른다.
미국과 서방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조치는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라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북한이나 이란처럼 달러 지급결제에 접근하기 어려워져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의원들은 러시아 제제 중 하나로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서방국들이 자국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면 유럽으로 석유, 가스, 금속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이 주라블레프 러시아 상원 부의장은 “러시아가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차단되면 우리는 외화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구매자인 유럽 국가들은 석유, 가스, 금속 등 중요한 부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무엇인가
스위프트는 국가 간 자금 거래를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지난 1973년 설립됐으며, 현재 200여 개 나라, 1만1000여 개 금융기관과 기업이 가입해 있다. 현재 국제 금융거래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속한 결제 시스템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스위프트에서 차단되면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국내 또는 해외로 송금을 할 수 없게 돼 러시아 기업들 그리고 그들의 외국인 고객들이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미국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바이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리아 샤기나 객원연구원은 “스위프트에서 차단되면 모든 국제거래가 중단되고 환율 변동성이 커져 막대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제외하면 경제가 5% 위축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위프트 차단시 러시아에 미칠 영향
스위프트에서 특정 국가를 차단한 사례가 있다.
유럽연합(EU)이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지난 2012년 이란 은행들을 제재한 후 SWIFT는 이란 금융기관들을 거래에서 배제했다.
샤기나 객원연구원은 SWIFT는 차단으로 이란은 석유 수출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고 해외 무역이 30%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는 26일 성명을 통해 “SWIFT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중립적인 글로벌 조직”이라며 “국가나 개인에 제재를 가하는 모든 결정은 정부 기관과 해당 입법자들이 내린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 동맹국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출고일자 2022.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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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스크=AP/뉴시스] 요셉 보렐(가운데)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가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내 친 러시아 무장세력과의 경계 지역을 방문해 근무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보렐 대표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2022.01.06. |
샤기나 객원연구원은 러시아가 SWIFT에서 차단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는 미국과 독일이라며 이들 국가의 은행들이 SWIFT를 통해 러시아 금융기관들과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페 코포드 덴마크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포괄적인 제재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스위프트) 제재는 서방 또는 EU가 가지는 가장 중대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5일 의원들에게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차단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그것이(스위프트가) 러시아에 대항하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미국의 지원이 있어야 전개될 수 있다. 우리는 미국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응조치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스위프트에서 차단될 경우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해왔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자 자체 결제 시스템인 SPFS를 설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SPFS는 현재 400여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샤기나 객원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 내 자금거래의 20%가 SPFS를 통해 이뤄지지만 거래 금액은 제한되고 평일에만 운영이 된다.
중국이 운용 중인 CIPS(중국국제금융거래결제시스템)가 러시아로서는 SWIFT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또 암호화폐에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CNN은 분석했다.
주라블레프 부의장은 “스위프트는 유럽 조직으로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연합체다. 차단에 대한 결정은 모든 참가자들이 동의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의 결정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들 특히 러시아와 무역 비중이 큰 나라들이 러시아의 차단을 지지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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