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7년3개월來 최고치
#유가 100달러 돌파시 물가 1.1%P↑·성장률 0.3%p↓
#유가 상승→생활물가 상승으로 서민 질 하락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현실화 되고 있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코로나19로 바닥을 쳤던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유가의 경우 거의 시차 없이 반영된다. 반면 지난해 높았던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부진 등으로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高)물가 속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들어서만 16% 가량 폭등했다. 올해 첫 개장일인 지난 3일 배럴당 74.27달러까지 내려갔던 WTI는 지난 27일 장중 배럴당 88.54달러까지 치솟았다. 첫날 기록한 연중 최저가와 14.27달러나 차이가 난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 8일(배럴당 88.63달러)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지난 27일 장중 최고 배럴당 91.04달러로 올라가면서 90달러를 넘어섰다. 장중 기준으로 2014년 10월 13일(배럴당 90.18달러)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인 지난 3일 배럴당 77.04달러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해 14.0달러나 차이가 나는 등 올 들어 14% 가량 올랐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4월 20일 WTI는 전거래일 대비 55.90달러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재고가 넘쳐나고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매수를 꺼리게 됐고, 매도 포지션이 급증하면서 시장 가격이 왜곡된 것이다. WTI는 2020년 연간 평균 배럴당 39.65달러에서 거래됐다.
반면 올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주요 산유국들의 더딘 증산 등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증상이 경미하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공급 부족 우려를 키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국제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2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5% 상승해 2011년 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는 직접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물류비 등 상승으로 인해 원가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가격에 전가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1차 고유가 시기인 2008년 소비자물가는 4.7%로 2007년(2.5%) 보다 상승했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같은 기간 3.2%에서 5.3%로 급등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2차 고유가 시기인 2011년에는 소비자물가가 4.0%로 전년(2.9%)보다 높았고, 생활물가 상승률도 3.4%에서 4.4%로 뛰어 올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 증가시키게 되고 120달러 시에는 1.4%포인트 증가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과거의 경험을 보면 국제유가 상승은 생활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돼 서민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성장 둔화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슬로우 플레이션’이나, 고물가 속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크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1.7%, 2분기 0.8%, 3분기 0.3% 등으로 둔화됐다. 민간소비 증가에 힘입어 4분기에는 1.1% 늘면서 연간 전체적으로는 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 중국 경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성장률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 실장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120달러 시에는 0.4%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한국 경제가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슬로우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의 경우 우리 경제가 연간 3%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대 중후반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반면 상반기 물가가 3%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실상 ‘스태크플레이션’이 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성장률은 지난해 낮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며 “대면서비스 등 체감 경기가 부진한 만큼 현재 상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인 것으로 보이는데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정책 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정책적 대응도 함께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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