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연일 금융사에 “충당금 더 쌓아라” 주문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극적으로 쌓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선윤 기자 = 금융당국이 잠재부실 위험에 대비하라며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압박하자 은행들이 고심에 빠졌다. 은행들은 충당금을 늘릴 여력은 충분하지만 충당금을 더 쌓을 경우 배당이 줄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각 은행들로부터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파악한 뒤 “너무 적으니 더 쌓으라”며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 인상,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시장 불안이 우려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의 충당금이 오히려 전년 보다 줄어든 모습”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금융사는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계 경제 또는 국내 거세경제 여건들이 상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이다. 다시 말해 은행이 돈을 빌려준 후 받을 돈의 일부는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금액을 미리 합리적으로 추정,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둠으로써 돈을 회수하지 못해 자본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금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충당금 잔액은 5조 716억원으로, 1년 전인 2020년 3분기(5조 2969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은행들은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이익과 배당이 줄어들 수 있어 다소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쌓아둔 충당금 규모가 결코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에서는 당국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재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미국에 비해 저희 국내 은행의 충당금 규모가 적다는 그런 지적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대손충당금에 더해 대손준비금까지 쌓고 있어서 이를 다 합치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충당금 추가적립이 은행권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충당금이 전망치 대비 증가하더라도 증가폭은 크지 않고, 주가에 영향도 매우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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