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식 담기보단 덜어내는 시기
#미국 주식 너무 비싸…신흥국 증시는 “적정가격”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 비관적
#성장주 투자는 “패자의 게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증시 버블이 터지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월가 개미 투자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번스타인이 조심스레 내놓은 진단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뉴욕 증시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 흐름을 지속하고, 비트코인이 가격이 반토막 나는 등 시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번스타인 박사는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마무리된 직후 뉴스핌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비싼 수준임은 부정하기 어렵고, 그만큼 지금은 주식을 더 담기보다는 덜어내야 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터뷰 답변에 앞서 자신이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시장은 정보를 이미 가격에 반영해두었기 때문에 공개 정보를 분석한다고 초과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개념)을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 내용이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시장 향방이나 리스크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평소 시장에서 언급되지 않던 돌발 변수가 나왔을 때 충격은 굉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준 회의에서 3월 금리 인상 정도의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이 예상보다 ‘강경한 긴축’을 시사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즉각 반응한 것이 한 예다. 연준 변수도 그 자체로는 리스크가 아니나 ‘예상치 못한 돌발 이슈’가 됐을 때는 상당한 파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 투자하지 않는 편이 낫다면서 비관론을 견지했다.
유기화학 박사 출신인 번스타인은 신경과 의사로 일하다가 재무관리 컨설팅에 뛰어들었다. 투자 자문회사인 이피션트 프론티어 어드바이저스(Efficient Frontier Advisors)의 대표 겸 자산배분 전문 계간지인 「이피션트 프론티어」(www.efficientfrontier.com)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 투자의 네 기둥(The Four Pillars of Investing)>, <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 <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The Intelligent Asset Allocator)>, < 투자자 불패본능의 법칙(The Investor’s Manifesto)> 등이 있다.
특히 < 투자의 네 기둥>과 <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는 일반 투자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돕는 지침서로 정평이 나 있다. 가장 최근에는 < 군중의 망상(가제)(The Delusions of Crowds)>을 집필하는 등 시장 버블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다음은 번스타인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미국 증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증시 버블이 마침내 꺼지는 중인가? 올해 미국 증시 전망과 최대 리스크를 꼽자면?
미 증시 버블이 꺼지는 것일 수 있다(It’s possible). 다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올해 시장 전망을 물었는데, 시장에는 단 두 가지 유형의 투자자들이 있다. 하나는 시장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사람. 다른 하나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이 두 부류다. 그만큼 시장 전망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시장 리스크의 경우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최대 리스크다. 일례로 2019년에 누가 글로벌 팬데믹이 이렇게 전 세계와 경제를 뒤흔들 것이라 예상했겠는가.
◆ 한국 투자자들 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증시에 뛰어든 이들이 많고, 고성장 기술주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지금과 같은 장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대개 성장주 투자는 ‘패자의 게임(loser’s game)’이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주가가 크게 떨어진 비인기(unglamorous)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준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기업인 만큼) 리스크는 크지만 매수 가격이 낮아 나중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저렴한 비인기 기업을 골라 투자하라.
(승자의 강점에 의해 승패가 결정 나는 ‘승자의 게임’과는 반대로 ‘패자의 게임’은 패자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승패가 결정 나는 게임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에서 패자의 게임은 방어적 투자를 의미한다. 번스타인 박사가 성장주 투자를 패자의 게임에 비유한 것은 팬데믹 상승장에서처럼 공격적인 성장주 투자에 나섰다가는 결국 손실을 볼 확률은 커진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 1월 FOMC가 막 종료됐다. 파월의 ‘더 매파적인’ 스탠스가 자산 시장을 흔들었는데, 앞으로 연준 금리 인상 및 양적 긴축(QT)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또 그로 인한 시장 여파는?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시장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장 헤드라인에 나온 내용들은 무시해도 괜찮을 것이란 점이다. 그러한 재료들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 변수 역시 예상하지 못한 돌발 이슈가 됐을 때는 (시장을 뒤흔들)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 투자자로서 올해 포트폴리오 변경을 초래할 수도 있는 신경 쓰이는 변수가 있다면?
이미 언급했듯이 아무도 모를 돌발 변수가 가장 신경 쓰인다. 포트폴리오 관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나는 투자 자산이 정말 비싸다고 생각되면 좀 덜어내고 가격이 정말 저렴한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판단될 때 더 담는다. 현재 시장 상황은 후자 보다는 전자에 더 가깝다고 본다. (지금은 매수보단 매도에 나설 타이밍이란 것이다).
◆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50% 넘게 빠졌다. 지난해 비트코인이 버블이며, 가격이 제로까지 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었는데, 지금이 암호화폐 붕괴의 시작일까? 아니면 저가 매수 적기일까?
나는 암호화폐 신봉자가 아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전혀 낙관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이익이나 배당을 창출하지 못하고, 거래 비용만 높은 (암호화폐 같은) 자산은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번스타인 박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도 “비트코인은 시간을 소비할 가치를 갖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니라면 뭔지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 투자자들이 올해 주목할 자산군이 있다면?
나는 매년 단위로 시장을 보지 않고 10년 단위로 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미국 증시는 매우 비싼 수준이고, 신흥국 증시는 가격이 적정 수준이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는 아마 그 중간 정도일 것이다.
◆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디지털 경제, 우주탐험 등 거대한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시장은 효율적이고 (주식) 투자는 당신보다 더 똑똑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강자를 상대로 싸우는 게임이란 것을 항상 명심하라. 주식이나 옵션 거래는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하는 테니스 게임과 같은데, 사람들은 자신이 세레나 윌리엄스를 상대로 테니스 경기 중이란 것을 깨닫지 못한다. (주식을) 무조건 싸게 사려고 안간힘을 쓰지 말고, 일단 산 뒤에는 얼마가 되든 그냥 묻어 두는 것이 적어도 심리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키우는 방법이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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