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통위원 “정부 추경, 오히려 인플레 부추겨”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놓고 금통위원들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 위원들은 지난달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금통위 의사록(1월 14일 개최)을 보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고, 성장을 둔화시키면서까지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데 회의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반대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다수 위원들은 높은 물가를 방치할 경우 실물 경제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맞섰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상당기간 3%대를 기록하고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후반에 달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 2%에서 불과 두 달도 안 돼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위원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년간 연평균 2%대에 불가하며 미국 등과 비교해 높지 않고 외식물가를 제외하고 보면 개인서비스 물가의 상승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며 “현재의 물가상황이 총수요를 둔화시키면서까지 시급히 대응할 정도인지 통화정책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특히 민간소비·성장률 둔화 등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하향조정되고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여 수출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며 “민간소비도 높아진 이자부담과 물가부담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저하되는 데다, 지난해와 달리 자산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소비의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비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의 도움 없이 코로나19 이전의 성장추세를 회복하는 시기는 내년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와 감염확산 상황으로 판단할 때 아직은 보충 전략이 필요한 단계이며, 기준금리를 코로나19 발생 직전의 상황으로 되돌릴 만한 여건은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매파성향의 다수 위원들은 가파른 물가상승에 우려를 표하면서 방치할 경우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상승압력이 확산되며 3% 후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연간 물가는 지난 전망치이자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상당폭 상회하는 2% 후반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글로벌 공급병목 지속이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영향에 따라 상당한 상방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중순부터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통해 점차 최종소비재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내 물가상승 품목도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의 외식비나 자동차, 가구 등 생활과 밀접한 내구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 움직임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이나 임금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고리의 형성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등 재정 확대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추경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의 재정불균형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크지는 않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당 규모의 확장재정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재정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보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 가중된다는 점에서 정부 이전지출의 소득불균형 보전 효과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일정 부분 상쇄될 수 있다”며 “물론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정부재정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가능한 한 취약부문에 집중하면서 규모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재정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높은 수준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방치할 경우 실물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에 따르면 1월 현재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았다.
한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간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실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방치할 경우 실질금리가 낮아져 오히려 향후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되며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는 실질금리를 하락시켜 금융상황을 더욱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높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장기화된다면 향후 더 큰 폭의 정책조정이 불가피하게 되고 이에 따른 성장 측면의 손실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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