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현상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 마케팅하다가 모두 처분하는 사기거래도 많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심지어 도지코인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최근 2년새 이른바 ‘듣보잡 암호화폐’에 돈을 넣은 투기꾼들이 큰 돈을 번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암스테르담에 살면서 전세계를 무대로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에티엔네 반크크뤼스는 2년전 루나(Luna)라는 암호화폐가 분산금융업을 위한 암호화폐라는 설명을 듣고 코인당 35~35센트(약 300~320원)의 가격으로 2만5000달러(약 2995만원)어치를 샀다.
루나는 현재 코인당 50달러(약 5만9900원)으로 올라 그의 자산은 장부상이지만 500만달러(약 599억원)이 됐다. 이처럼 루나 백만장자, 솔라나(Solana) 백만장자, 폴리곤(Polygon) 백만장자가 생기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지만 이익은 여전히 엄청난 수준이다. 이더리움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솔라나의 가치는 지난해 1월보다 6000% 올랐다. 카르다노(Cardano)라는 암호화폐는 500% 올랐다.
이런 각종 코인들이 창출해낸 막대한 부가 암호화폐 현상이 얼마나 널리 확산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존하는 암호화폐는 1만1000개가 넘으며 약간의 프로그램만 하면 아무나 암호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분산화화된 플랫폼인 “디파이(DeFi)” 프로젝트와 연계된 암호화폐도 있으며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와 같은 비디오 게임용으로 만든 암호화폐도 있다.
이들 암호화폐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용도를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장난스럽게 만든 도지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는 다르다. 도지코인도 지난해 가격이 급등했다.
오레곤 대학교 암호화폐 전문가 스티븐 맥키온은 “모든 기존 금융 서비스가 분산화된 금융서비스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열기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듣보잡 암호화폐로 돈을 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이미 돈을 벌었던 사람도 있고 하룻밤새 큰 돈을 번 사람도 있다.
암호화폐 백만장자들은 자신들이 번 돈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돈을 물쓰듯 하는 사람도 있고 멋진 아파트를 사거나 외국에서 파티를 여는 사람도 있다.
푸에르토리코와 같은 세금천국으로 이주하거나 직업을 버리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암호화폐 세상에 한층 더 깊이 뛰어든 사람도 있다.
지난 1월 영국의 암호화폐 투자가 칼 그레이엄(28)은 룩스레어(LooksRare)라는 암호화폐에 20만달러(약 2억3958만원)을 투자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라는 디지털 수집품 거래를 위한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다. 그는 2주 뒤 룩스레어를 처분해 50만달러(약 5억9890만원) 가까이 벌었다.
런던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그레이엄은 이더리움에 투자해 백만장자가 됐다. 그는 룩스레어와 같은 덜 알려진 암호화폐 투자로 최소 100만달러(약 11억9780만원)를 벌었다고 밝혔다. “난 놀기 좋아하는 단순한 사람”이라며 “조만간 고급차와 롤렉스 시계를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관리자로 일하던 그레이엄은 자신이 “준 은퇴 상태”라고 밝히고 하루 몇 시간 동안 트윗을 하고 운동도 하고 저녁에는 영화를 보고 지낸다고 했다. 그는 9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시장 분석가로 룩스레어 투자로 번 돈을 다시 암호화폐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암호화폐 투자로 번 큰 돈을 하룻밤새 날린 사람도 있다. 가격이 급등했다가 고꾸라진 암호화폐들이 많은 것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다가 갑자기 청산해버려 다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만드는 사기도 많다.
암호화폐 거래소 오안다(OANDA)의 분석가 에드 모야는 “쓸모 없는 암호화폐를 부풀리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엔서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암호화폐에 투자해 장부상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장부상 부로 그치는 경우도 있다. 암호화폐를 달러로 바꾸려면 엄청난 작업이 필요한 때문이다.
코인베이스(CoinBase)와 같은 주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무명의 암호화폐들은 환전을 위해 먼저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주류 암호화폐로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대량의 암호화폐를 갑작스럽게 환전하는 것도 위험부담이 크다. 암호화폐 가격을 폭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 암호화폐 거래로 수백만달러를 벌었다는 아드리안 즈둔칙(28)은 암호화폐 시장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e-라딕스(e-Radix)라는 Defi 암호화폐에 투자해 이틀만에 번 15만달러(약 1억7978만원)를 조금씩 환전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부동산, 금과 같은 보다 안전한 곳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번 돈을 지키기 위해 세금 천국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많다. 브렌다 젠트리(46)는 2020년 비트코인을 사기 시작했으며 뒤에 분산 스포츠베팅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인 분드(Bund)와 같은 무명 암호화폐로 전환했다.
분드 투자로 40만달러(약 4억7932만원)을 번 젠트리는 자신의 자산 가격이 폭락해 현재 여섯자리 중반규모라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판매자였던 젠트리는 현재 DeFi와 NFT 자문으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돈을 벌면 샌안토니오에 땅을 사서 집과 공장을 짓고 암호화폐 채굴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듣보잡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 중 다수가 현금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루나에 투자한 반트크뤼스는 최근 애인에게 100만달러 주택을 사줬지만 루나 가격이 99달러에서 50달러로 폭락했음에도 처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5년 안에 50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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