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한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바빠졌다.
인플레이션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크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슈퍼 사이즈’ 금리인상은 물론이고 6월 말까지 연방기금 금리가 1%포인트 뛰는 시나리오에 전력 베팅하고 나선 것.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주요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2.0% 선을 뚫고 오른 가운데 월가는 채권 및 관련 펀드의 대규모 손실을 경고하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통제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 연준이 강달러 정책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CPI는 연율 기준 7.5%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7.3%를 웃도는 수치다.
40년래 최고치 수준의 물가 폭등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월가는 3월 50bp의 금리인상을 확실시하는 한편 올해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크게 가속화될 가능성을 점치는 움직임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왑 금리가 예고하는 6월 하순 연방기금 금리가 1.12%까지 뛰었다. 상반기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1%포인트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된 3월과 5월, 6월 중 한 차례의 50bp 인상이 불가피하고, 나머지 두 차례의 회의에서도 25bp 인상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를 예고한 셈이다.
모간 스탠리는 이날 투자 보고서를 내고 “이번 물가 지표가 다음달 연준의 50bp 금리인상 가능성을 크게 부추겼다”고 전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50bp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였다. 이후 1회 25bp가 불문율로 자리잡았지만 지난해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20여년만에 이변이 발생할 전망이다.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7월1일까지 100bp의 금리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의 이날 발언은 CPI 급등과 맞물려 금융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장중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9bp 치솟으며 2.013%에 거래됐다.
한 때 수익률은 2.052%까지 오른 뒤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10년물 금리가 2% 선을 뚫고 오른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IT 성장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가 장중 1.5% 가량 후퇴하며 1만4277.84에 거래됐고,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와 대형주로 이뤄진 S&P500 지수 역시 각각 1.2%와 1.4% 하락했다.
트레이더들은 금리 추가 상승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매파 기조를 겨냥, 장기물 채권에서 발을 빼는 한편 만기 1개월 이내 초단기물로 서둘러 갈아타기 시작했다.
연준의 3월 FOMC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보유할 경우 50bp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원유 선물에 공격적인 ‘입질’을 하고 나섰다. 인플레이션 헤지 측면에서 원자재의 투자 매력이 또 한 차례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 때 2.3%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과 인플레이션 지표의 반응에 시간적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당장 50bp의 금리인상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매파 기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RSM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효과는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초에나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연준이 강달러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책자들이 수입 물가를 낮추는 형태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얘기다.
TS 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물가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해외 제조 원가를 끌어올려 노동 수요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뛰는 한편 성장주를 중심으로 하락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igrace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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