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속도감 있는 기준금리 정상화, 가계·기업 리스크 높여”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 들어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이를 반영하는 대출 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 추경 논의 등으로 당분간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빚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가속 움직임 등으로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일 기준으로 올 들어 25.9%나 뛰었다. 지난달 월평균 국채 3년물 금리도 2.06%로 전달(1.8%) 보다 14.4%나 올랐다. 국채 금리가 월평균 2%대를 기록한 것은 2018년 10월(2.010%)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달 들어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가 정부가 계획한 14조원 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오름폭이 더 확대되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전 거래일보다 0.066%포인트 오른 2.303%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5월 15일(2.312%) 이후 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5년물 금리 역시 올 들어 23.6%나 올랐다. 1월 평균 5년물 금리는 2.279%로 전달(1.981%) 보다 15.0% 뛰었다. 지난 8일에는 0.097%포인트 상승한 2.563%에 마감해 2018년 5월 16일(2.566%) 이후 가장 높았다.
회사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AA급 이상) 금리는 지난 8일 2.88%로 2014년 8월 25일(2.90%)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인 2020년 말(1.39%)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높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은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 정치권의 추경 논의 등에 따른 것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연간 4~5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도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1.5~1.75%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추경을 35~50조원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당초 정부 계획안 보다 추경 규모가 늘어나는 등 국채금리 상승 여력이 높아지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이 같은 채권 금리 상승은 금융채 등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줘 대출금리 오름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고채 3년물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영향을 줘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가 된다. 국고채 5년물은 보금자리론 대출의 기준이 되고 있다.
채권 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97%까지 치솟으면서 2%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 국채 금리와 국내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 국채 금리 급등시 국내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사상 처음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4000억 줄었다. 반면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면서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13조3000억원 늘어난 1079조원으로 집계돼 1월 증가액 기준으로 가장 큰 폭 증가했다.
대출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 금리 상승 등으로 대출 이자가 급증하게 되면 가계와 기업 모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도 변동금리 비중이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등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어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리스크도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잔액 기준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6.1%로 2014년 4월(76.2%)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82.1%로 전달(82.3%) 보다 소폭 낮아졌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지만 성장과 물가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보면 지금도 실물 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1.5%로 높여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출 차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전체의 이자부담 규모는 67조3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73.6%)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규모를 시산한 결과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11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통해 1인당 48만4000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연간 1인당 이자부담 규모도 상승 전 289만6000원에서 338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편 한은 내부에서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 여력을 줄여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민간소비가 높아진 이자부담과 물가부담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저하되는 데다, 지난해와 달리 자산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소비의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비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며 “총수요를 둔화시키면서까지 시급히 대응할 정도인지 통화정책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코로나19 위기의 대응과정에서 경제 전체의 레버리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속도감 있는 기준금리의 정상화는 취약 가계 및 기업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금리인상 기조에 대비한 부채구조의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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