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경제 교란·가짜 폭탄 위협 등 극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은 러시아가 수일 내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로선 러시아의 침공이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주변 3개 방면에 10만명 이상의 군대를 배치한 러시아가 사이버공격과 경제적 교란, 수백건의 가짜 폭탄 위협 등 ‘복합전쟁(hybrid war)’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행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의도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했을 때처럼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고 공포를 일으켜 불만과 시위를 촉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부를 전투를 회피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전형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보다 이같은 불안조성 캠페인이 지속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안보수석 보좌관 올렉시 다닐로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직접 “러시아의 제1목표가 우리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부인하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키려 함으로써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의 자원과 러시아에 맞서 싸울 의지를 고갈시키기 위한 갖가지 술책을 써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들을 부추겨 우크라이나군을 공격, 전선을 유지함으로써 언제든 우크라이나 침공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할 당시에도 비슷한 방식을 동원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절반 이상이 NATO 가입을 지지하게 됐으며 우크라이나의 대외교역이 러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 등 다른 지역과 더욱 긴밀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러 사이버방어전을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의 선전 채널로 인식되던 TV 방송국 3곳을 폐쇄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가 노리는 우크라이나의 약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로 경제가 취약하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 10일 흑해에서 시작된 러시아의 해군 훈련으로 우크라이나의 수출항구 2곳이 봉쇄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이를 두고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2015년과 2016년 사이버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서부와 수도 키예프에 전력공급망이 망가진 적도 있다. 또 2017년에는 사이버공격으로 전국적으로 10개 기업이 영향을 받아 우크라이나 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고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 및 정보보호국 빅터 조라 부국장이 밝혔다.
지난 달에는 우크라이나 정부 웹사이트 10여 곳이 악성 프로그램 공격으로 다운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공격을 했다고 비난했다. 조라 부국장은 또 우크라이나 등기청을 노린 사이버공격을 차단했었다면서 일련의 사이버공격이 “혼란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가짜 폭탄 위협도 가하고 있다. 지난 달 학교와 주요 기반시설 1만여곳에 대한 1000건 가까운 익명의 가짜 폭탄 위협을 담은 이메일이 접수됐다고 우크라이나 경찰이 밝혔다.
7살 자녀를 둔 카레리나 모로조바는 지난 달 학교에 폭탄 공격 위험이 있다며 딸을 급히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았었다면서 “이런 거짓 공격에 익숙해져 걱정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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