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에서 물가가 고공행진하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가속화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 연준의 긴축 압박도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월트디즈니(종목명:DIS)와 코카콜라(KO) 등 주요 기업들의 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미 증시의 주요 지수는 첫 3거래일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10일 예상보다 강력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대비 7.5% 상승)이 발표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11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투심이 빠르게 악화됐다. 이날 장 막판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조만간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들에게 24~48시간 내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그 여파로 안전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금과 미 달러, 엔이 강세를 보인 반면, 미 증시의 주요 지수는 1~2%대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 “우크라 침공에 따른 에너지發 인플레, 연준 금리 인상 압박 배가”
이와 관련 코메리카 뱅크의 빌 아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플레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력도 배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에 나설 경우,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겨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 임박에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이동중인 우크라이나군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미 지정학적 불안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양국 간 갈등 고조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경고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이유다.
아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연준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유발될 물가 급등이 (침공이) 글로벌 경기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보다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미국 내 인플레를 자극하면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연준 금리 인상 ‘뒷북’ 우려도
10일 강력한 CPI 발표 이후 연준이 내달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거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 박자 늦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 같은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11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연준이 완전히 한발 늦었다(behind the curve)며” 연준이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해 시장의 예상보다도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 |
건드라크는 1월 7.5%까지 치솟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내내 5%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1.9%대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2.5%에서 3%까지도 오를 수 있겠지만 국채 수익률 커브는 갈수록 평탄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채수익률이 평탄화된다는 건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다는 의미인데, 이는 단기 경기 전망에 비교해 장기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건드라크가 수익률 평탄화를 예상했다는 건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긴축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그로 인해 미 경제가 긴축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건드라크는 이날 “연준이 무슨 일이 터질 때까지 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해 연준이 뒤늦은 대응으로 미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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