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석유·팔라듐·구리 등 원자재 주요 생산국
#러시아 제재로 원자재 가격 상승하고 인플레 가중
#이미 악화한 세계 경제 상황 더 복잡하게 만들 것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병력의 부분 철수를 발표했지만 위기는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긴장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와 CNN, CNBC방송 등은 이러한 전망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매체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석유, 니켈, 팔라듐, 구리, 석탄, 포타시, 밀 등의 주요 생산국임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간 분쟁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일어난다면 러시아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이로 인해 원자재 비용이 상승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분쟁 위기만으로 이미 이러한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경기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수요로 인해 나타난 고(高)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유가는 14일 기준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96달러를 넘어섰다.
천연가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독일 천연가스의 20% 이상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경제 및 수출 기업에 대한 가스 차단은 성장을 해치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NN은 미국 기업회계 컨설팅업체 RSM이 진행한 분석을 통해 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간 기준 1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81년 10월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이 10%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RSM은 유가가 오르면 향후 1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미만 감소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JP모건도 분쟁 위기가 고조될 경우 러시아의 원유 흐름을 방해, 유가가 120~150달러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액시오스는 러시아산 원자재 파동의 영향은 예측보다 더 넓을 것이며 이 도미노가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가 속속 공개되자 미국에서는 원유 및 천연가스 에너지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서부 텍사스에 있는 페름 분지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논의 중이다. 손실된 러시아 공급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액화 천연가스 수출량도 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도 역시 이번 분쟁의 영향을 받게 된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제거하는 촉매변환기에 팔라듐이란 금속이 사용되는데, 러시아가 이 팔라듐의 세계 최대 공급국이기 때문이다.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회사 루살이 러시아 기업이다. 2018년 루살의 회장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재무부의 제재를 받자 알루미늄 가격이 30% 폭등할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외신 비즈니스라이브에 따르면 무역 대기업 트라피구라 그룹은 2024년 초에는 세계 알루미늄 비축량이 바닥나 심각한 부족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유행으로 인해 국제 경기가 위축됐다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식품 포장, 자동차, 비행기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알루미늄 선물 계약이 현물 가격보다 싼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이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LME와 상하이선물거래소 조사 결과에서도 알루미늄 비축량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알루미늄 가격은 13년 내 최고치인 1t당 3200달러를 넘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이내 알루미늄 가격이 1t당 4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밀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도 주요한 밀과 옥수수 생산국이다. 이에 침공 또는 제재로 양국의 밀 수출이 막힐 경우 곡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NN은 앞서 세계 식량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농산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러시아 분석가 오펠리아 쿠츠는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세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높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결합하면 생계비 위기가 부각되고 많은 곳,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시민 불안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JP모건의 농산물 전략가 트레이시 앨런은 밀 수입에 대한 제재나 중단으로 인해 2008년 이후 최고가인 부셸당 11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1부셸당 7.9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옥수수는 1부셸당 6.47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부셸당 8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는 이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위축된 투자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날 증시는 일부 군대가 철수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 성명에 따라 반등하긴 했지만, 이전까지는 미국과 유럽 증시 모두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년 연속 0.4% 하락했고 이는 지난달 3일 최고치보다 8.2% 낮았고, 올해 들어 7.7% 하락했다.
유럽의 주요 지수들은 악화했다. 독일의 DAX지수와 프랑스의 CAC40 지수도 각 2%, 2.3% 하락했다.
주요 에너지 수입국으로 고유가에 취약한 일본의 닛케이 225 지수도 2.2% 하락 마감했고 러시아 증시 역시 RTS가 3% 하락하고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
액시오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미 엉망인 세계 경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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