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에 경기 침체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통제에 이미 실패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서둘러 긴축에 나서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커다란 흠집을 낼 것이라는 우려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 신호가 날로 두드러지는 가운데 펀드 매니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침체 우려가 자산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포트폴리오 새 판 짜기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1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0.44%포인트로 좁혀졌다.
10년물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최근 2.0% 선을 뚫고 올랐지만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뛴 데 따른 결과다.
2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말 0.74% 선에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2년물 수익률의 급등이 강력한 위험 선호라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연준이 정책 실수를 저질러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국채 수익률이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방준비제도 [사진=로이터 뉴스핌] |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투자 보고서를 내고 내년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을 역전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50bp(1bp=0.0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일드커브가 역전, 분명한 침체 시그널이 켜질 것이라는 얘기다.
억만장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침체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년물과 10년물 일드커브가 50bp 이내로 좁혀질 때 침체 가능성이 고조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연준이 과격한 긴축으로 악수를 두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왑 트레이더들은 3월 연준의 50bp 금리인상에 전력 베팅하고 나섰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5% 치솟은 데 따라 매파 기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10년물 수익률 상승에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연준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해 상당수의 투자은행(IB)은 3월을 시작으로 정책자들이 12월까지 통화정책 회의 때마다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7차례의 긴축을 예고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이번 긴축 사이클이 1994년과 흡사한 형태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12개월 사이 3%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건드라크 대표는 “연준이 이미 물가 통제 시기를 놓쳤고,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소비가 꺾이면서 침체를 더욱 앞당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욕연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계 부채 증가 폭은 무려 1조달러에 달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6개월 사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침체 리스크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모간 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극심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는 이미 현실적인 대응에 나섰다. BofA가 실시한 서베이에서 펀드 매니저들은 적어도 침체 우려가 자산시장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을 겨냥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만간 스테그플레이션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상품은 경기 한파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정하고 미국 물가연계채권(TIPS)과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과 부동산 및 원유를 중심으로 실물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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