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예금 11조8000억 급증
전통적 안전자산 금 가격 온스당 228만원
기축통화 달러 가치 급상승…원·달러 환율 한 달 새 16.7원 올라
비트코인, 4만 달러 아래로…코스피는 2700 위태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정기예금, 금과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자산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 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666조 7769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8410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613조원으로 전월대비 23조8000억원(0.7%) 증가했다. 늘어난 통화량 중 대부분은 정기예적금으로 20조5000억원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금리 상승 영향으로 불안한 자산시장을 떠난 시중 자금이 은행 상품 등 안전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들은 7조52000억원을 순매도 한 반면 예탁금은 3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예금금리가 높은 정기예적금 등에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해 예·적금에 넣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 은행채 등 지표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요구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2.76%로 마감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4일 0.06%포인트 오른 연 2.79%를 기록해 2018년 5월 15일(연 2.80%)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은행채 3개월물 금리도 연 1.45%로 마감했다. 2020년 말 0.84%였던 은행채 3개월물은 지난해 12월 말 1.43%로 급등했다. 은행채 금리는 코픽스와 함께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대출 등 시중은행의 주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4000억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치솟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금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43% 상승한 온스(1온스=28.85g)당 1908달러(한화 약 228만원)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 2일(1917.2원) 이후 8개월만에 최고치다. 온스당 1900원을 넘어선 것도 8개월 만의 일이다.
금 거래량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 기관, 개인 등을 합한 KRX금시장의 총 거래량은 2019년 1만713kg(5919억원)에서 지난해 2만8295kg(1조8817억원)으로 액수 기준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달러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1188.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월 말 1205.5원으로 한 달 새 16.7원이나 올랐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도 18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23% 오른 96.02로 마감했다. 지난해 연 초 89.84였던 달러인덱스는 연 말 95.59까지 뛰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달러 강세 현상이 뚜렷해지자 투자자들이 대거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931억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보다 41억 달러 감소해 2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위험자산은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744.52) 대비 0.72포인트(0.03%) 내린 2743.80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개장과 동시에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2700선 붕괴되기도 했다. 장중에는 1.81% 내린 2694.9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4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같은 날 오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4700만원대에 거래됐다. 한때 46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근 2주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글로벌 시세는 3만8000달러대를 나타냈다. 글로벌 시세는 3만8000달러선으로, 앞서 지지선으로 거론되던 4만달러를 방어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대변하는 달러와 금, 미 국채 가격이 강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