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물가 등 경제전망 수정 불가피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 비상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 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물가 공포와 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대외경제 리스크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성장률과 물가 등 한국은행이 내 놓은 경제전망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판이다.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로 1.1%포인트 상향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종전과 같은 수준인 3.0%로 제시했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81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낮췄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3.1%, 소비자물가 상승률을2.2%, 경상수지 800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점점 커지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가장 먼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가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 소비량의 10%를 공급하는 산유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석유 부족 사태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러시아 천연가스, 석유 수송관 중 다수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1만 달러 당 원유 소비량은 5.7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다른 국가들 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장중 100달러를 돌파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71달러(0.8%) 상승한 배럴당 92.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100.54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보다 2.24달러(2.3%) 뛴 배럴당 99.08달러에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05.79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 높이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낮추고, 연평균 120달러가 될 경우 소비자물가가 1.4%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0.4%포인트 둔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만 문제가 되는게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3대 곡창지대로 옥수수, 밀, 보리, 콩 등 곡물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하고 있다. 전망기관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면전시 세계 곡물 수출의 5~10%를 타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곡물 가격도 뛸 수 있다.
물가 급등시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둔화될 가능성 높다. 한국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크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매출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 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대규모 적자가 장기화 되면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4억5200만 달러, 48억8000만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0달러로 인상되면 경상수지가 305억 달러 감소하고 120달러로 오르면 516억 달러 감소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그러나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면 충돌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물가 상승 성장률 하락, 수출 위축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봤다. 대대적인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 충돌이 된다고 한다면 경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곧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거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서방에서 경제 제재의 수위를 상당히 높인다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국내 생산과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아직 그런 경우를 가정해서 숫자를 내지는 않았지만 전면전을 할 경우에는 충격이 크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원유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다른 국가들 보다 더 커지고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어 경제 전망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충돌로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해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등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라 영향이 어느 정도 일지는 아직 파악 중이지만 성장률이나 물가 전망치 수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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