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은 27일(현지시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SWIFT는 세계 200여개국 1만1000여 개 금융회사가 돈을 지급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전산망이다. 국제 결제 대금의 절반 이상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SWIFT에서 퇴출되면 해당 국가는 무역, 외국인 투자, 송금 등에 당장 직격탄을 맞는다.
이와 관련 26일자 워싱턴포스트(WP)는 “서방의 추가 제재가 러시아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루블화 가치 폭락, 국내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도 월요일 러시아에서 뱅크런이 시작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SWIFT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는 은행에 돈을 보관하고 싶지 않다”면서 “은행이 다른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송금 또는 이체받지 못하면 지급 능력이 위태로워 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가 러시아인이라면 지금 돈을 인출한다”면서 월요일 러시아에서 뱅크런이 시작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27일 로이터 통신은 서방의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 은행들이 현금 부족과 지급 능력 문제를 겪으며 예금을 제때 찾기 힘들 거라는 우려에 당장 현금을 뽑기 위해 뛰쳐나온 러시아 시민들로 각 은행의 자동화기기(ATM)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시민은 “목요일부터 모든 사람들이 현금을 찾기 위해 ATM기로 몰려들고 있다”며 “일부는 운이 좋아 현금을 찾기도 하지만, 찾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은행들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나 은행들의 지급 능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나섰다.
러시아 최대 상업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는 자체 결제 시스템이나 파트너들과의 결제 시스템에서 고객 거래에 어떤 문제도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고객들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역시 대외 제재 조치로 인해 러시아 내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은행들이 SWIFT에서 배제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앞서 제재 명단에 오른 스베르방크와 VTB 등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SWIFT 시스템이 벨기에 관할권에 있는 것을 고려해 유럽연합(EU)이 차단될 러시아 은행 명단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조치에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이날 아시아 거래 초반 루블/미달러 환율은 104루블까지 치솟으면서 루블화 가치는 19% 폭락했다.
유로 가치는 달러 대비 1.15% 떨어져 1.1140달러로 움직였다. 일일 낙폭으로 거의 2년 만에 최대다. 유럽도 우크라 위기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유로화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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