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로 수세 몰리면 세계 경기에도 영향
#에너지 관련 이미 경제성장 늦추고 인플레 높여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러한 제재는 오히려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제재는 러시아 상업은행, 중앙은행, 기업, 정치 지도자들과 산업계 등에 광범위하게 가해지고 있다. 앞서 이란과 북한에 수년간 가해졌던 경제적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러시아를 세계적, 경제적, 재정적으로 버림받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적인 경제 제재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아직 겪지 못한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고 WSJ는 전했다.
제재가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변화시킬지, 서방국가에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은 분명하지 않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합병했다는 이유로 표적제재를 받은 2014년 이후 다른 국가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경상수지 흑자와 재정 흑자를 갖춰 외국 또는 국내 대출기관으로부터 차입할 필요가 없다. 낮은 외채, 6300억 달러 규모의 다양한 외환보유액, 변동통화와 4%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자주적인 중앙은행 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1998년 인플레이션이 84%에 달했던 금융위기를 비롯한 각종 위기를 야기했던 취약점들을 제거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수입 등 거래를 진행 중이다. 이 거래들의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는 등 제재가 결집될 경우 러시아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루블화를 사들이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외채에 대한 이자 및 원금을 지불하거나, 외화예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한 시중 은행에 외화를 공급할 능력이 떨어진다.
실제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지난 1월 8.7%였던 인플레이션이 4~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금융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엘리나 리바코바는 러시아 경제가 1998년보다 최소 10% 이상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에서 손 꼽히는 산유국인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량 수출로 인해 여전히 대부분의 제재가 면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쿠션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석유가 현재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침체될 경우 현재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국제유가가 더 위험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리바코바는 “러시아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유가 변동성에 노출되면 막대한 위험이 따른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보다 국내 총생산의 더 많은 부분을 군대에 지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저항은 이러한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다.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러시아 중앙은행 전 부위원장은 서방의 기술판매 금지 제재는 러시아의 군사 및 민간 산업 능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 잠재력을 억제하며 러시아를 기술적으로 뒤쳐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의 미래에 핵폭탄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제재가 당초 예상보다 큰 파급을 불러올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러시아라는 거대한 경제를 갑자기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쫓아내는 것이 예상치 못한 역학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생각보다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8년 러시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미국의 거대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붕괴와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를 초래했다.
LTCM은 당시 다량의 러시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러시아 국채에서 매일 수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일 발생했지만 LTCM은 현 투자 상태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40억 달러(4조8144억원) 상당의 손실을 불러왔고 미국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36억 달러 규모의 대출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 경제성장을 늦추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공급망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그 예이다. 이로 인한 영향은 대중에게도 전달될 것이기 때문에 제재는 서방의 단결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문제 분야의 싱크탱크인 미 대서양위원회 제재 전문가 줄리아 프리드랜더는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린 저하되고 파괴된 러시아 경제와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갖게 된다. 이것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겠는가”라고 말했다.
WSJ는 국제 제재는 이란이 처음에 핵 협상에 나서도록 했지만 베네수엘라와 북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재로 인한 경제전쟁이 격해지면 실제 전쟁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세계 경제는 양강 구도로 나뉘기 시작했는데, 이번 제재는 단순히 그런 과정을 재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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