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러시아 국채, 회사채가 월가에서 헐값에 매매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투자은행들이 급매물을 소화시키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무색케하는 월가의 행태에 대해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 강력 비난했다.
월가는 악마와도 거래할 수 있다. 러시아 위기를 벗어나려는 연기금, 투자 수익을 올리려는 헤지펀드들이 고객이다.
# 러시아 국채 가격 폭락… ‘일단 팔자’와 ‘저가에 사자’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러시아 관련 회사채 매매를 주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2026년 만기 국채는 1 달러 당 20 센트에 불과하다. 직전주 대비 100 포인트나 값이 떨어졌다. 러시아 회사채 가격도 70% 급락했다. 월가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채권들은 대부분 달러 표시 채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서방의 제재 조치가 내려진 후 대외 채무에 대한 이자 지급을 금지했다.
러시아 채권을 보유 중인 연기금은 어떻게든 러시아 채권을 덜어내야 할 처지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이런 물량을 받아서 공격적인 헤지펀드에 팔고 있는 것.
# 1998년 러시아 위기와는 달라
이같은 급매물은 통상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나 기업의 채권이지만 러시아는 다르다. 러시아는 경상수지 흑자 국가다.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에 빠졌다. 당시에는 재정 문제로 채권 급매물이 쏟아졌다.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에 있었던 베테랑 파생상품 트레이더인 아타나시오스 디플라스는 “지금 서방이 가하고 있는 제재 조치의 핵심은 러시아 금융상품은 건들지도 말라는 것”이라며 “1998년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차익거래 기회를 보는 것은 문제가 없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우크리아니 침공으로 직격탄을 맞은 연기금 등 대형 기관 투자자 입장은 또 다르다.
아브론의 신흥시장 펀드매니저 빅토르 사보아르른은 “매도자들은 어떤 가격으로든 러시아 채권을 처분하고 싶어한다. 할인이 대폭 됐다면 그런 채권을 사고 싶어하는 구매자도 있다”고 말했다.
# 가즈프롬 등 국영 기업 회사채 매매
서방의 제재 조치가 러시아 채권 등 자산 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국영 기업 에브라즈, 가즈프롬, 러시아 철도 등의 만기 2년 이내 채권은 수요가 있다.
투자 위험이 있다. 러시아 채권들은 벤치 마크에서 제외되고 있고, 원리금 지급이 안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거래가 된다. JP모건은 지난 목요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채권 2억 달러 어치 급매물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바이리 기포드의 매니저 샐리 그릭은 “러시아 채권 매매는 위험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평판 위험과 결제 위험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손을 떼고 있다.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다”고 말했다.
# CDS 파생상품도 거래
골드만삭스의 경우 신용부도스왑(CDS :Credit-Default Swaps) 같은 파생상품도 중개한다. 러시아 채권 중 410억 달러 가량이 기술적 부도 상황에 직면해있다. 원리금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이 때 사용하는 파생상품이 CDS다. 러시아 채권을 매수하면서 CDS 계약을 맺으면, 원리금 지급이 중단될 때 게약 상대방이 원금과 이자를 내준다.
현재 러시아 채권의 신용 위험은 5년래 부도 가능성이 65%, 1년래 부도 가능성이 40%다. 골드만삭스는 CDS 매매를 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일종의 보험료를 받아 수익으로 챙긴다.
S&P 등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CCC-로 강등했다.
# 워렌, “제재를 돈벌이에 이용” ..월가 투자은행 비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이같은 월가의 행동을 강력 비난했다.
워렌 의원은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거대 월가 은행들이 제재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에 가해지는 제재를 약화시키는 행동이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전략가 팀 애쉬는 “JP모건은 미국 정부로부터 매우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에는 JP모건의 시장 평판이 상당히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쉬는 JP모건이 러시아 채권들을 채권 인덱스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기관 투자자들은 통상 인덱스에 없는 채권은 매매를 하지 않는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 블룸버그의 코멘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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