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 연속 3%대 이어가
#2월 석유류 가격 19.4%↑·가공식품도 5.4%↑
#유가 오름세 확대 예상…곡물가격↑ 우려도
#통계청 “물가 오름세 둔화 가능성 크지 않아”
#정부 소비자물가 전망치 2.2% 수정도 불가피
#홍남기 “물가 안정에 집중…기대인플레 차단”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며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물가가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석유·가공식품 가격 급등을 부추겨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넘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3.7% 상승하며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에 이어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휘발유(16.5%), 경유(21.0%), 등유(31.2%), 자동차용 LPG(23.8%) 등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9.4% 올랐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4월부터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 오름세에 따라 가공식품 가격도 5.4% 상승했다.
여기에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도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는 4.3% 오르면서 2009년 2월(4.4%)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생선회(9.8%), 쇠고기(8.2%) 등 외식 물가(6.2%)가 13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르면서다.
앞서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요인에 개인서비스 오름폭까지 확대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만에 4%를 넘어설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9.84달러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107.7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유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4일 낮 12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ℓ당 평균 가격은 1848.99원으로 전날보다 10.57원 올랐다. 최고가는 ℓ당 2681원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석유류 오름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최근 밀, 옥수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국내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도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약 29%, 옥수수 공급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소맥 및 옥수수 주요 생산국이자 수출국임을 고려하면 공급 차질로 인한 단기 가격 상승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며 “음식료업체의 원가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 역시 “국제유가 및 곡물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며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 확대도 지속되고 있어서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렸다.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기존 전망치(2.0%)보다 1.1%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대까지 올린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의 물가 전망치 수정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상반기 고물가 흐름을 유지한 후 하반기로 갈수록 2%대로 안정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대외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정부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전 세계적으로 예전의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며 “높은 물가 상승률은 실질 소득을 감소 시켜 민생과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상반기 물가 안정에 집중해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우선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20% 인하 및 LNG 할당 관세 0% 적용을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도 검토한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 등으로 가격·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할당 관세 적용 및 물량 증량을 추진한다. 가공식품·외식업계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각각 0.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홍 부총리는 “가공식품 등 가격 인상 관련 경쟁사 간 가격 등 정보교환 합의만으로도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개정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해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업계들도 가격 인상 시기 및 인상 폭 조정 등을 통해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적극 동참·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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