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넘게 오르면서 1240원을 돌파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32.0원) 대비 10.3원 오른 1242.3원에 문을 닫았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원 오른 1237.0원에 출발했다. 러시아의 디폴트 현실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폐지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오후 들어 상승 폭을 키우며 지난 8일 기록한 연고점(1238.7원)을 3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다만, 오름폭은 지난 8일(12.9원) 보다는 낮았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242.7원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240원을 넘은 것은 2020년 5월 25일(1244.2원)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도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현재 99.19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13일(현지시간) 새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 인근인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을 공습했다.
이 시설은 미군과 나토군이 군사 훈련을 하는 곳이다. BBC는 우크라이나에서 국제 군사 훈련이 열리는 두 곳 중 하나라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파이프 라인의 중요한 연결 고리라고 설명했다. 이 시설들은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거리에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서방 국가와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쪽으로 공세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방 국가의 제재로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6430억달러 가운데 서방국가들의 금융제재로 절반 이상이 묶여 있는 상태다.
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갚을 돈이 있지만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미 연준은 오는 15~16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1.58% 하락한 배럴당 110.89달러에 마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에 지난 7일에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인 장중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같은 날 미국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장보다 1.98% 하락한 배럴당 107.17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주요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9.88포인트(0.69%) 내린 3만2944.19로 장을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5.21포인트(1.30%) 밀린 4204.31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86.15포인트(2.18%) 추락한 1만2843.81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미 채권 금리는 오름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3%대로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6일 1.6%대까지 내려간 바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면 전환이 어려운 만큼,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원·달러 환율은 동유럽 지정학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으로 원달러 환율이 1240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고, 1230원 상단 저항선이 붕괴된 후 환율이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이 조성돼 있는 만큼 당분간 매수 쏠림 현상은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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