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14일 국채 이자를 지불할 충분한 자금이 있지만 서방 제재로 외환 지불이 안 되면 러시아 루블화로 이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방 여러 나라들이 경제 제재라는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경제적 논거가 없는 ‘인위적 디폴트’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쏟아진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로 달러 대비 가치가 추락해 만약 달러나 유로 표시 국채 이자를 루블로 지불하면 이는 말이 지불이지 채무불이행(디폴트)이나 다름없다.
러시아 정부는 이틀 뒤인 16일 1억1700만 달러의 달러표시 국채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유예기간은 보통 30일간이며 약속된 달러로 이자를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 러시아 정부는 푸틴 집권 전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실제적 디폴트를 하게 된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서 중앙은행과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도 외환 계정이 동결된 상황이고 이 동결은 러시아 디폴트를 노린 서방의 제재에서 나왔다고 거듭 말했다.
재무장관은 전날 관영 텔레비전에 나와 “러시아 정부가 가지고 있는 6400억 달러(730조원) 규모의 외환보유고 중 절반에 가까운 3000억 달러가 이런 동결 조치로 현금화해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 1월 보고서 기준으로 러시아 정부의 현금유보 자산인 외환보유액 중 16.4%가 달러 자산으로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유로는 32%, 중국 위안화는 13% 씩 점한다.
미국 등은 자국 내 러시아 중앙은행 계정으로 되어있는 자산을 동결시켜 인출을 정지시켰다. 루블화가 하루 30% 폭락하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미국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환보유고를 꺼낼 수 있으면 이를 국내로 들여와 루블화를 대거 매입해 가치를 높일 수 있으나 그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달러표시 국채 이자 지불도 어렵게 된 것으로 재무장관이 서방 제재를 구실로 별 가치없는 루블화로 대신 지불할 방침을 통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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