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대금을 위한화로 받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종이로 찍는 달러가 전세계에서 기축통화로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결제대금으로 달러만 받기 때문이다.
석유가 없으면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유수입을 하려면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 달러는 생명줄인 원유수입을 위해 꼭 필요한 돈이다. 그래서 원유(petroleum)와 달러(Dollar)의 합성어인 페트로 달러((Petro Dollar)로 불린다.
미국은 정치, 경제, 금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 발행국이란 지위가 미국의 초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에서 잘 나타난다.
달러 거래를 봉쇄하자 러시아 경제가 흔들린다. 달러, 페트로 달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대금을 중국 위안화로도 받는다는 것은 위안화가 페트로 달러와 경쟁하는 대체재가 된다는 의미다. 달러에 도전하는 화폐전쟁을 꿈꾸는 중국에는 희소식이고 당연히 미국에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무역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줄어들고 위안화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1974년에 만들어졌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전세계는 달러 중심 시스템으로 재편됐다. 금 1트로이온스를 35달러에 연동시키는 금태환 제도를 미국이 도입했다. 다른 통화들은 달러와 환율이 고정되는 시스템이다. 금이 달러가치를 뒷받침하고 다른 통화는 이와 연동하는 변형된 금본위제인 셈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로 불리는 이러한 미국 달러 중심 시스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대외원조, 경기부양, 베트남전 전비마련 등 다양한 이유로 달러발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충분한 금을 보유하지 않고 달러를 발행하고 있다는 의심이 커졌다. 각국은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더 이상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1971년 닉슨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달러는 금과 관계없는 종이일 뿐이다.
미국은 금태환 화폐가 아닌 법정화폐(피아트 머니) 달러 종이돈을 발행하기 시작한다.
1974년 사우디를 끌어들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안보를 책임져 주는 대신 석유수출대금을 달러로 받기로 협정을 맺는다. 페트로 달러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의 GDP는 당시에도 전세계 GDP의 35% 가량을 차지했고,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미국과의 교역에 의존했기 때문에 달러는 기축통화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막강한 달러의 힘과 금융 시스템을 바탕으로 핵무기 협상에서 경제재재를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다. 러시아를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하고 이란과 북한을 동일한 방법으로 제재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푸틴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 “달러를 못 쓰도록 제재하는 것은 미국이 스스로 달러의 위치를 약화시키는 자해 행위다”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은 뒤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줄이고 금과 위안화를 늘려왔다.
중국의 부상은 이러한 달러 시스템의 빈틈을 해집고 있다. 위안화로 원유를 살 수 있다면 각국은 외환보유고에 위안화 비중을 늘릴 것이다.
기름을 살 수 있는 돈은 다른 모든 것도 살 수 있고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업 생산기지이자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위안화보유 필요성도 높아질 수 있다.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사우디와 중국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달러패권의 균열을 보여준다.
사우디는 대중 수출분의 위안화 결제 허용은 물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일명 ‘페트로 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도 사우디의 자체 탄도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 추진을 돕는 등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다.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고객이었던 미국이 원유수출 시장에서 사우디와 경쟁하는 반면, 중국이 최대 수요처로 부상한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고 미국의 맹방이자 페트로 달러의 한 축인 사우디가 페트로 위안도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이 초래한 측면도 크다. 달러 금태환을 정지한 1971년의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의 대차대조표는 1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금은 9조달러를 넘어섰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대부분 달러를 찍어 미국 국채나 지방채, 주택저당채권, 회사채 등을 사둔 것이다. 그 만큼 달러가 시중에 풀리고 그중 상당부분은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미국은 종이를 찍어 외국의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식 등 외국의 자산을 구입했다.
서비스와 자산 용역을 미국에 제공하고 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방만한 통화팽창에 불안해 하는게 당연하다.
그래도 전쟁위험이나 경제위기가 닥치면 달러가치가 치솟는다. 어쨌든 달러는 최강 대국의 화폐이고 전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화폐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BTC) 커뮤니티가 가격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존버(HODL)를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흔들리는 달러에서 출발한다.
특정국가의 힘에 의존하는 기축통화는 통화발행에 따른 이익(시뇨리지이펙트)을 그들에게 몰아준다. 위안화가 달러의 빈틈을 노리는 이유도 통화 헤게모니를 장악해 화폐 발행 이익을 나눠먹기 위해서다.
기축통화가 바뀌어도 다른 국가들은 아무 이익이 없다. 바뀌는 과정의 혼란만 있을 뿐이다.
2100만 개로 발행이 한정돼 통화정책을 미리 알 수 있는 유일한 개인간 통화인 비트코인 수용자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비트코인의 발행은 국가라는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지키는 노력(채굴)에 대해 보상하고 화폐발행이익은 커뮤니트의 성장에 따른 이익을 초기에 선점했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공급량은 제한된 반면 수용은 증가해서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비트코인은 세계경제질서가 재편되는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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