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테라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사토시가 꾼 꿈을 실현시키는 세상?
테라가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100억달러까지 매입하겠다는 기사를 본 뒤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비트코인이 세상의 리저브커런시(준비자산)가 되는 것은 사토시 나카모토 이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의 꿈이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이 꿈이 실현될 것으로 믿고 있다.
정부의 방만한 통화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발행량이 제한된 희귀자산 성격이 돋보이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전자산, 피아트 머니의 가치를 담보해주는 국가가 보유하는 리저브커런시까지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같은 논리는 현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보다는 나스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변동성도 크다. 리저브커런시는 커녕 위험자산으로 취급 받고 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해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지원과 환호를 받고 있지만 700만 명도 안되는 적은 인구에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테라가 등장했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가 10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되며, “비트코인이 기준이 되는 새로운 통화 시대를 열 것”이라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기준이 되는 새로운 통화 시대는 바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UST는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다르다. 테더(UDT)와 써클의 USDC는 달러화와 유가증권 등을 담보로 발행한다. 물적 담보가 있어야 하고 부족하지 않는지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UST는 담보가 없는 수학에 근거한 알고리즘 코인이다. 1달러에 고정된 UST 가격이 1달러보다 올라가면 사용자들은 테라의 네이티브 코인인 루나를 UST로 교환한다. 반대로 고정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UST 보유자들은 루나를 받고 UST를 팔아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UST의 가격하락과 루나의 가격하락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 대표는 가격하락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수학적으로 불가능해 질 때 까지 비트코인을 매입해 준비자산으로 쌓겠다고 장담했다.
가격결정은 알고리즘으로 하지만 사람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축적해 위험요소를 아예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복잡한 설명은 뒤로 하고 UDT와 USDC의 준비자산은 미국 달러화가 되고, 테라의 준비자산은 비트코인이 된 셈이다.
그동안 외롭던 비트코인 진영에 스마트 컨트랙트와 알고리즘이란 수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원군이 등장한 것이다.
디파이 대출 1위에 오른 앵커프로토콜, 금융시장의 자산을 합성해 거래하는 미러프로토콜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테라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 또 UST의 발행량도 이에따라 급증하고 있다. 성장률면에서는 UDT와 USDC를 압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P2P 원리를 통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의 보호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스마트 컨트랙트의 도입에 따른 DeFi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는 대응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진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테라가 비트코인을 자신들의 세계에서 기축통화(?)로 삼겠다고 선언해 든든한 원군을 얻게 됐다.
시장은 테라의 미래와 관련해 규제 리스크를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이 알트코인을 ‘똥코인’이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규제 리스크 때문이다. 당국의 정책이 코인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토인은 투자규제는 받을 수 있어도 당국이 근본적으로 금지하는게 불가능한 반면 다른 코인들은 존망의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테라는 다른 프로젝트들이 당국의 눈치에 급급한 것과는 달리 당당한 입장이다.
테라 권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러프로토콜과 관련해 합성자산이 미등록증권인지에 대한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소환장을 받은 뒤 이를 거부하고 소환장이 무효라는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 뉴욕 남부 지방법원은 테라와 권도형 테라 최고경영자(CEO)가 SEC의 소환 명령에 응해야 한다고 명령한 상태다.
권 대표는 이와 관련해 “규제 당국은 앱스토어나 웹사이트처럼 중앙화 된 주체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태생부터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해 300만 개 이상의 계정이 참여하는 테라는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테라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미리 토큰을 채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운영 키도 통제한 바 없다. 오로지 투자자들의 합성자산 거래를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테라는 탈중앙 스마트 컨트랜드와 알고리즘 기반 코인 LUNA와 UST에 기반한 새로운 탈중앙금융(DeFi)의 떠오르는 생태계다. 테라가 기축통화로 점찍은 비트코인 연합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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