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이 중대 전환기에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 단계이고,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유래 없는 경제 제재가 가해졌죠.
글로벌 경제를 양분하는 미국과 중국은 이 전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G2는 협력할 수 밖에 없는 친구(friend)이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적(enemy)입니다.
친구이면서 적(frenenies)인 G2 관계가 향후 국제 금융 질서와 시장 방향을 결정할 게임 체인저라는 분석입니다.
# “중국 주식 아주 싸다”
친구로서, 투자 관점에서 보면, 중국 주식이 아주 싸졌습니다. 금리 인상을 소화 중인 월가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나스닥 상장사 중 유망 중국 기업을 따로 모아 만든 드래곤 인덱스(검은선)는 2008년 11월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 불투명을 이유로 미국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들 몇 개를 퇴출키로 했죠.
중국 당국도 미국 시장에 상장하려는 IT 기업들을 눌러 앉혔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공동부유’ 정책을 쓰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IT를 억압 중입니다.
드래곤 인덱스를 보면 13년 동안 끌어 올린 것을 단 13개월만에 다 까먹었습니다.
가격이 이렇게 곤두박질쳤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좋아졌습니다.
드래곤 인덱스 기업들의 수익 전망치 기준 PE(주가수익비율, 붉은색)는 2021년 6월 40배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13배로 내려와 있습니다. S&P500과 비교해보면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유나이티드 퍼스트 파트너스의 아시아 리서치 담당 저스틴 탕은 “알리바바를 보라. 밸류와 가격이 맞지 않는다. 가격이 진정한 밸류를 반영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알리바바 주가가 밸류에 비해 훨씬 싸다는 겁니다.
# 중국, 구두개입…월가, “중국 주식 사라”
지난주 초 JP모건은 중국의 IT 기업들 중 일부는 투자 불가(uninvestable)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중국과 홍콩 증시가 폭락하는 계기가 됐죠.
중국 정책 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섭니다. “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정책 전망에도 일관성을 유지하겠다” 류허 부총리 명의의 이같은 발언이 인민일보에 보도되면서 중국 주가는 급반등합니다.
증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조차 지난 금요일 “중국의 구두 개입이 불(bull) 마켓을 이끌 수 있다”며 “중국의 지지 정책이 성장률 하향을 끝내고,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한다면 올해 봄 랠리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중국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냈습니다. 경제 성장 목표를 잘 관리하고, 투자 비중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거죠.
크레디트스위스도 중국 증시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 정책 불확실성…친구이면서 적
월가 투자은행들이 권위주의 국가 중국의 구두개입에 이처럼 환호하는 것 자체가 약간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완전히 빗나간 전망을 했었거든요.
지난 2월 JP모건은 러시아 증시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냈습니다. 전쟁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말이죠. 당시 JP모건은 러시아 통화정책이 완화적이고, 코로나 백신 공급이 확산하고 있고, 성장 추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몇 주 후에 러시아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죠.
중국의 경제 정책도 불확실한 구석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IT 기업에 대한 탄압이 대표적입니다.
대외적인 변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적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모호한 입장입니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전화 회담을 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돕지 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시 주석을 압박했습니다.
중국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러시아 편을 들면 서방의 경제 제재가 중국에도 가해질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죠.
콘티고의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담당인 올리비에 다시에르는 “미국과 중국은 프레니미(frenemies)다. 정치적으로는 서로 동의할 수 없지만, 사업적으로는 동의가 가능하다. 그리고 두 나라 경제가 여전히 잘 굴러간다. 투자자들에게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 전쟁 이후의 세계…친구냐 적이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 질서는 분명 다를 겁니다. 러시아가 입은 경제적 타격은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렵겠죠.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와 자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인 전환을 시도할 겁니다.
금융 분야도 마찬가지죠.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를 보면서 중국은 달러 중심 체제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겠죠. 위안화를 국제화하고, 위안화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암호화폐는 어떨까요?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채굴 금지 등 탄압 정책을 써왔습니다. 당분간 이런 기조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암호화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시작에서 분석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적의 적은 친구로 삼을 만 하니까요.
미국은 11월 중간 선거 전후로 암호화폐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이 나옵니다. 전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데 있어 암호화폐도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가가 마련된 셈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할 부분과 경쟁할 부분이 혼재돼 있습니다.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이고, 적의 적도 내 친구입니다.
두 나라 관계 속에서 암호화폐는 친구의 친구 또는 적의 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합심(?)해서 암호화폐를 탄압하지 않은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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